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감사원 감사 등 진상 규명 움직임에 대해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게 첫 번째 임무인데 그런 부분에 대해 국민들이 의문을 가지고 계신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정부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사건에 대해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2년 전 수사 결과를 번복한 지 나흘 만에 윤 대통령이 직접 진상 규명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정부가 거기(국민들의 의문)에 대해 소극적 입장을 보이는 게 문제가 있지 않느냐 해서 그 부분을 한번 잘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가 공무원 이씨를 ‘자진 월북’으로 단정해 발표한 이유에 대한 국민적 의문은 해소돼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해양경찰과 국방부의 자진 월북 번복 발표 다음 날(17일) 기자들과 만나 “내가 직접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 앞으로 좀 더 진행되지 않겠나, 기다려 보자”고 말했던 것과 달리 진상 규명 의지를 선명히 내보인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나온 터라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이미 국방부와 해경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유가족이 사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민정수석실 관계자를 고소할 계획을 밝힘에 따라 검찰도 언제든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이날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라고 하는 우리 헌법 정신을, 정부가 솔선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가 전 정부의 중앙지검장이나 검찰총장 때부터 늘 가지고 있었다”고 밝혀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의중을 내비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신색깔론'이라고 주장한다"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서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여권에서도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선 검찰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문재인 정부의 관련 자료를 들여다봐야 하는데, 기록물을 열람하려면 △국회 동의(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서울고등법원장의 영장 등을 통해야 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유가족의 고소에 따른 수사기관의 수사 과정에서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 기록물을 열람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과거 2013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이 서울고등법원장의 영장을 발부받아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한 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