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2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때 고인이 북한군에 붙잡혀 사살되기까지 상황을 우리 측이 감청 등을 통해 실시간 파악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구출 노력을 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즉각 제기됐다. 그러자 당시 더불어민주당 중진이던 우상호 의원은 “교전을 무릅쓰고 북한 영토로 특공대라도 보내라는 얘긴가”라며 발끈했다. 최근 해경의 ‘월북 판단’ 사과로 논란이 재점화하자 한 라디오방송 ‘맞짱토론’에 나온 야당 측 패널이 당시 우 의원 비슷한 주장을 되풀이했다.
▦ 그러자 여당 측 패널은 “아니, 웬 교전 얘기가 나와요? 누가 특공대 보내라고 했나요? 고인이 생존해 있을 때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북한과 접촉했어야 했다는 얘기 아닙니까”라며 공박했다. 이런 와중에 당 비대위원장이 된 우 의원의 말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는 논란이 가열되자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희생됐고, 항의해 사과를 받았다. 그걸로 마무리된 사건 아닌가?”라며 “먹고사는 문제가 얼마나 급한데 이게 왜 현안이냐”며 개탄했다고 한다.
▦ 하지만 우 위원장의 말은 우국충정이라고 해도, 논란의 본질을 놓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당장 논란은 당시 정부의 ‘월북 판단’ 경위를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자는 여당의 공세, 그리고 월북 판단을 할 만했고 국가안보상 관련 자료공개에 협조할 수 없다는 야당 반박에 모아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런 공방은 비본질적 문제에 불과하다.
▦ 사실 본질적인 건, 당일 18시 36분 문재인 대통령에게 실종자가 북한 측에 발견됐다는 최초 보고 이후 총살 첩보가 보고된 22시 30분 사이, 실종자가 생존해 있던 그 3시간 동안 정부가 실종자 안전보장을 위해 북한과 접촉 노력을 했는지 여부다. 이런저런 뜬소문만 나도는 건 옳지 않다. 아예 그런 노력을 안 했는지, 안 했다면 왜 안 했는지, 노력했지만 접촉을 못 했다면 왜 못 했는지 등에 대한 책임 있는 규명이 절실하다. 그것이야말로 당시 정부가 국민에 대한 국가 의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여부를 따짐으로써, '더 좋은 나라'의 원칙과 기강을 세우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