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이 시진핑을 꺾을 수 없는 이유

입력
2022.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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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권력 이상설이 대두되고 있다. '제로 코로나'로 인한 경직된 사회 통제, 그리고 부동산과 빅테크 기업에 대한 과도한 군기 잡기로 빨간불이 들어온 경제 상황 등 중국 사회와 공산당 내부에 누적된 불만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 와중에 한때 그의 경쟁자였던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시 주석과의 권력 차를 좁히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공산당의 기관지인 인민일보 5월 14일 자에 리 총리의 9,000자 연설이 실리고 난 뒤, 다시 17일과 18일 자 1면에 리 총리 기사가 실렸지만 시 주석의 동정은 사라졌다.

시진핑 권력 이상설은 거의 매년 제기되어 왔다. 그렇다고 이번 것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일각에서는 만약 시진핑의 전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이런 실정을 저질렀다면 권좌에 계속 머무를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시진핑의 권력은 후진타오의 권력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후진타오 체제와 시진핑 체제의 가장 큰 차이는 '집단지도체제'에서 '1인권력체제'로의 전환이며, 이를 위해 시 주석은 ▲'반부패 투쟁'과 ▲'역사결의'를 감행했다. 시진핑이 정의하는 '부패'는 우리가 생각하는 부패가 아니라 '정치적 불충실'을 의미하는 정치술어(政治術語)다. '제로 코로나' 정책도 시진핑의 정책이다. 중국 사회 내부에서 불만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를 소홀히 하는 관리는 없다. 방역 효과와 상관없이 시진핑의 정책을 지방 관리가 충실히 집행했는지 여부가 판단기준이 된다. 문제는 오히려 지방 관리들의 과도한 충성경쟁에서 나오는 판국이다.

시진핑 집권 10년 차임에도 '반부패 사정'은 여전히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17일 공산당 정치국 집체학습에서도 시 주석은 "반부패 투쟁은 타협의 여지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부패 혐의가 있는 관리들에겐 현대판 암행어사인 '중앙순시조'(中央巡視組)가 직접 나가 조사를 한다. 대개 수십 년의 중형을 선고받는다. 중앙순시조가 전국의 당·정 간부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는 이유다.

2021년 11월 채택된 시진핑의 '역사결의'는 매우 중요하다. 이는 역사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역사에 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시진핑과 그의 정치적 비전이 올바르다고 찬양하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역사결의에서 시진핑 사상이 중국 문화 및 중국 정신의 시대적 정수이며 마르크스주의 중국화의 '새로운 도약'(新的飛躍)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이 시진핑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는 '역사결의'를 부정하는 것이 되고, 이는 다시 공산당 스스로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즉, 중국 공산당이 시진핑을 부정하는 것은 혹독한 정치적 대가가 따른다. 그러한 비난은 공산당 체제 자체의 약화를 가져오게 되며, 공산당 집단 이익 차원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한국 특유 파벌정치의 시각으로 시진핑 체제를 분석하려는 관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데, 이는 시진핑이 지난 10년 집권 기간 공산당 내부 여러 파벌의 사기를 꺾어 놓은 점을 간과한다. 최근 중국 언론에 리커창 총리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새로운 '독해법'이 필요하다. 시진핑 체제에서 그는 '경제 살리기'의 책임자로 투입된 것이고 실패할 경우 이는 리 총리의 실책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성현 조지 H.W. 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