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외쳤던 독일…러 가스관 잠그자 "석탄사용확대"

입력
2022.06.20 14:30
독일  "올겨울 대비해 천연가스 최대한 비축해야"

러시아가 대(對)유럽 천연가스 공급량을 대폭 감축하면서 ‘탄소중립’을 추진하던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기로 했다. 재고 부족으로 올겨울 난방 연료로 천연가스 수요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자 대체 연료인 석탄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이날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방안으로 석탄 사용을 늘리는 긴급조치를 발표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올겨울을 대비해 천연가스를 최대한 비축하는 게 현 시점에서 절대적 우선순위”라며 “천연가스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전기 생산 과정에서 가스발전 대신 석탄화력발전을 더 많이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이달 15일 자국과 독일을 연결하는 발트해 관통 가스관 ‘노르트스트림’의 가스공급량을 60% 줄인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은 캐나다에서 수리한 가스 송출설비가 국제 사회의 제재로 제때 도착하지 않아 시설 가동이 일부 중단된 탓이라고 밝혔지만, 독일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겨냥한 러시아의 보복 조치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독일은 자국 내 천연가스 저장률을 올 10월까지 80%, 11월까지는 90%를 채우겠다는 목표다. 독일의 천연가스 비축량은 현재 56%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베크 부총리는 “천연가스 가격을 급등시켜 우리를 불안하고 분열시키려는 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략”이라며 “우리는 이에 맞서 정교하면서도 철저히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도 이날 러시아산 가스 공급 축소에 따른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남부도시 멜라흐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였던 멜라흐 발전소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2020년 가동을 중단했다.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우리의 가장 우선적인 목표는 가스 공급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내 가스 공급의 80%는 러시아에서 온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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