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들을 끝까지 잊지 않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130명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밝힌 "국가유공자와 유족들을 따뜻하게 보듬겠다"는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이날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행사에 초청된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 130명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악수했다. 오찬장에는 '대한민국을 지켜낸 당신의 희생을 기억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윤 대통령은 식사 전 모두발언에서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들을 끝까지 잊지 않겠다"며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을 국민과 함께 기억하고 그 정신을 책임 있게 계승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품격이고 나라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공산세력의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낸 호국영령들을 기리고 우리 국난 극복의 역사를 온전히 담고 있는 곳"이라며 오찬 장소를 전쟁기념관으로 정한 배경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취임 후 처음 맞은 현충일 추념사에서도 6·25 전쟁을 '공산세력의 침략'이라고 언급하면서 전임 정부와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또 지난 4월 세계 상이군인 체육대회에 출전한 양궁의 김강훈, 사이클의 나형윤 선수, 6·25 전쟁 이후 72년 만에 부친의 유해를 찾게 된 고(故) 조응성 하사 및 김종술 일병 가족 등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영웅들을 끝까지 잊지 않겠다"고 했다. 고 조 하사는 지난해 10월 비무장지대(DMZ) 백마고지에서 수습됐고, 고 김 일병은 10년 전 포항에서 수습돼 지난 5월 신원이 확인됐다.
이날 윤 대통령은 6ㆍ25 전쟁 영웅으로 태극 무공훈장이 서훈된 고 임부택ㆍ최용남씨의 자녀와 2020년 의암호 수초섬 고정작업과 인명구조 중 순직한 고 이종우 경감의 배우자에게 ‘국가유공자 명패’를 직접 수여했다. 국가유공자 명패는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2019년부터 국가유공자와 유족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사회적 예우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통령이 직접 명패를 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이은 윤 대통령의 보훈 행보는 ‘국가 안보에 기여한 이들을 돌보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는 자신의 철학을 실천하려는 의지라는 게 참모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엔 천안함 생존 장병과 연평해전 희생자 유족,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희생자 유족 등 20명을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직접 초청해 극진한 예우를 다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보훈 행보 때마다 북한에 대한 경고음을 강하게 내고 있다.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선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것”, 9일 천안함 생존 장병 등 초청 간담회에선 “연평도 포격과 같은 도발이 또 발생한다면 매뉴얼에 따라 즉각 대응할 것” 등 북한을 향해 단호한 메시지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