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이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월북하지 않았다는 정황을 포착하고도 묵인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족들은 군과 해경 수사가 '자진 월북' 프레임에 맞춰 꾸며졌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 고소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숨진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아내와 친형인 이래진씨 등은 17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씨와 함께 해수부 선박 '무궁화 10호'에 탑승했던 직원 7명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조서는 정부가 유족과 벌이던 정보공개 소송을 전날 취하한 뒤 곧바로 유족에게 전달됐다.
조서에 따르면, 한 직원은 "이씨 방에 방수복이 그대로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월북하려면 방수복을 입고 들어갔어야 하는데 그 추운 바닷물에 그냥 들어간 건 월북이 아닌 자살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료도 "이씨가 평소 북한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표하지 않았다"며 "월북 뉴스를 보고 터무니없는 말이라 깜짝 놀랐다"고 진술했다.
동료들은 이씨가 평소 월북을 언급했냐는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입을 모았다. 유족의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이 진술조서 내용이) 월북 발표랑 너무 배치돼 해경이 항소까지 하며 공개를 거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족은 문 전 대통령을 고소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변호사는 "문 전 대통령이 피살 공무원 사건 보고를 받은 뒤 3시간이 지나 (이씨가) 사망했다. 그 시간 문 전 대통령이 무대응했다면 직무유기죄로, (사태를) 방치하도록 지시했으면 직권남용죄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했다.
당시 문 전 대통령 지시 등을 확인하려면 15년간 공개할 수 없도록 봉인된 대통령지정기록물을 봐야 한다.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거나 관할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해야 공개가 가능하다. 김 변호사는 "민주당이 기록물 공개에 찬성한다면 문 전 대통령을 고소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족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선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전날 국방부 보도자료에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지침을 하달받았다'는 내용이 있다"며 "청와대가 국방부 외 해경 등에 하달한 지침이 무엇인지, 이 지침에 따라 월북으로 발표된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감사 편지도 이날 공개됐다. '제 아버지는 월북자가 아니라고 세상에 소리치고 싶었는데 대통령님 덕분에 이제야 해본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