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원 구성 협상이 늦어지며 국회 공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의원 50여 명이 해외 출장을 가고 있다. 6, 7월 중 해외 출장을 다녀왔거나 갈 예정인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 28명, 국민의힘 23명, 정의당 2명, 기본소득당·시대전환 각 1명, 무소속 3명으로 조사됐다. 정부·국회 차원의 의원 외교 출장이거나 개별 의원들의 해외 법·제도 연구 목적의 출장이다. 국회를 열지 못해 시급한 안건을 처리하지 않고 있는 것만 해도 직무유기로 비판받을 일인데 해외 출장만은 빠짐없이 챙긴다면 어떤 국민이 납득하겠나.
의원들은 해외 출장에 대해 "코로나19와 잇따른 선거 일정으로 출장이 미뤄지고 있다가 이제야 일정이 잡히고 있다" "의원 외교는 반드시 필요하다" 등의 해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회가 하반기 임기가 시작된 지 19일이 되도록 문을 열지 못했고, 국회의장단 선출을 못해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도 열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뻔뻔한 변명이다. 소속 상임위가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무슨 외교와 연구를 한다는 것이며, 해외에 나가야 할 만큼 업무가 중요하면 국회부터 열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더욱이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화물연대 파업 쟁점이었던 안전운임 일몰제 등 시급하게 풀어야 할 입법 현안이 적지 않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세비는 매일 의원 1인당 약 42만 원씩"이라며 "원 구성도 못한 유령 국회, 무노동·무임금을 선언하고 세비를 반납하자"고 SNS에 썼다. 여야 권성동·박홍근 원내대표를 향해서도 "국민께 부끄럽지 않냐"고 했다. 21대 국회가 시작된 후 의원들은 '일하는 국회'를 만든다며 국회법을 개정, 상임위마다 월 2회 이상 전체회의를 열고 월 3회 이상 법안심사소위를 열도록 했었다. 하지만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 스스로 이를 무시하고 있는 꼴이다. 일하지 않으면 세비를 깎는 법 개정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