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이어 카카오도...한국형 모빌리티 혁신은 끝났다"

입력
2022.06.18 17:00
위정현 중앙대 교수,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에
"골목상권 침해·쪼개기 상장 논란 'IPO' 곤란"
"카카오모빌리티는 애물단지 돼"
"그룹 신뢰회복 위한 ESG 강화에도 걸림돌"
"김범수 의장이 매각 결정했을 것"
"기득권 택시업계 반발과 정부 규제에 막혀
타다 이어 카카오도 모빌리티 혁신 포기"
"사모펀드에 매각되면 신사업도 불투명"

"한국형 모빌리티 혁신은 끝났다."

최근 불거진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설에 대한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의 평가는 냉정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입 회원만 3,000만 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모빌리티 중개 플랫폼이다.

위 교수는 17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매물로 나왔다는 건 열심히 해봤는데 잘 안되니까 포기·정리하자는 뜻"이라며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이 아마도 결단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일반인들에게 스마트폰용 응용소프트웨어(앱) '카카오T'로 친숙한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모빌리티 중개업 90%를 점유한 카카오의 핵심 계열사다. 카카오는 지난 2015년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를 인수해 모빌리티 사업에 나섰다. 카카오T 앱을 통해 택시, 대리운전, 퀵, 바이크 서비스 중개 등으로 영역 확장에 주력해왔다. 2017년 물적분할로 카카오의 자회사가 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 4,425억 원, 흑자 전환(영업이익 98억 원)에 성공했고, 올해 매출 목표는 1조 원이다.

그런데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설이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지속 성장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다"(15일 공시)며 '아니다'라고 딱 잘라 부인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그룹 내 다른 자회사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로 기업공개(IPO)가 어려워져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위 교수는 타다에 이어 카카오마저 모빌리티 중개업에서 손을 떼려는 움직임에 "기득권자인 택시사업자들과 이들의 표를 의식한 국회의원들이 혁신을 가로막았다"고 강력 비판했다.

위 교수는 김범수 창업자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초기 개발자들을 여러 차례 만나 2년가량 연구, 2018년 성공사례집을 펴낸 바 있다. 지난해 자회사 쪼개기 상장과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를 포함한 임원진의 대량 주식 매도로 카카오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졌을 때는 김범수 당시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대국민 사과와 사태 수습, 류 대표 등 카카오페이 임원진 사퇴를 앞장 서서 주장하는 등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위 교수는 "한국의 우버, 한국의 아마존이 될 수 있는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카카오모빌리티의 매각을 추진한다니, 착잡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매물로 나왔다는 건 '포기'... 김범수 결단했을 듯"

-매각 추진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의중으로 보면 될까?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은 현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핸들링하기에는 너무 큰 이슈라,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개입해 결단했을 거다. 카카오모빌리티 기관투자자들도 김범수 센터장을 보고 투자했다."

-왜 매각하려는 건가?

"크게 3가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사업 확장 가능성이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극히 제한돼 있다.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휘말렸고, 김범수 의장이 세 차례나 국정감사에 끌려나가 고개를 숙였다. 얼마 전에는 대리운전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골목상권 문제로 사업철수가 반복되니까, 사실상 공유경제 관련 사업을 할 수 있는 게 없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진출하려는 업종마다 관련 업계에서 바로 태클이 들어온다. 매출과 수익을 증대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

두 번째로 사회적 책임과 상생을 내걸며 카카오가 그룹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 중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도,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미지 개선에 마이너스다. 그룹 전체로 봤을 때 안고 가기보다 매각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을 거다."

-세 번째 이유는?

"카카오모빌티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들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 수익을 챙겨 빠져나가고 싶어하지만, 현재로서는 IPO 가능성이 없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를 상장하면서 '쪼개기 상장', 카카오페이 대표와 임원진 주식 매도로 큰 논란을 일으켜서 다시 자회사를 상장하기에는 매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모델인 IPO가 안되니까 매각밖에 답이 없다는 얘긴가?

"그렇다.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회사라면 팔 이유가 전혀 없다. 매물로 나왔다는 건, 나름 열심히 해봤는데 머리 아픈 일이 생기고 잘 안되니까 이제 정리해보자, 대신 다른 사업 진출하고 싶어 돈이 필요하다, 이런 뜻이다. 그룹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로 볼 때,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확장할 수 있는 유망사업으로 재구성하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택시업계·정치권·정부가 '타다' 이어 또 혁신 막아"

-카카오가 과도한 골목상권 침해, 자회사 상장 논란 등으로 스스로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한 건 아닌가?

"아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경제 논리로 실패한 게 아니라 기존 기득권 집단인 택시업계, 특히 택시사업자에게 막혀 사업이 좌초됐다. 왜냐하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원래 전략은 카풀을 통해 수익기반을 만들려 했는데 이게 막혔다. 택시기사 3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급격히 여론이 악화해 더 이상 밀어붙일 수 없었다. 택시업계와는 수수료 분쟁으로 수수료도 올릴 수 없는 상황이고, 그렇다고 승객에게 부담시킬 수도 없었다. 선거 때 택시기사들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국회의원들도 여야 가릴 것 없이 택시업계 편에 섰다. 정부와 정치인들이 기존 택시업계의 기득권을 보호하려다 국민 70%가 원하는 서비스를 죽였다. 이런 정신 나간 나라가 어디 있나?"

(카카오의 카풀 출시 문제로 택시업계가 강력 반발했던 때인 2018년 10월 당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카풀앱 서비스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시민 편익 증진에 도움이 되므로 찬성한다'는 응답이 56.0%로, '택시기사 생존권 보호를 위해 반대한다'는 응답(28.7%)보다 2배가량 많았다. 직장이 서울에 있는 경기·인천 시민, 출퇴근 택시 이용이 잦은 30대와 40대, 사무직과 노동직에서 찬성이 60%를 넘었고, 특히 사무직에서는 찬성이 70%에 달했다.)

"카카오 주주들에게 피해? '애물단지' 정리 좋을 수도"

-타다에 이어 카카오도 결국 모빌리티 중개사업을 접게 되는 건데.

"한국형 모빌리티 혁신은 끝났다. 카카오뿐만 아니라 업계와 제3자에게도 '플랫폼 기반의 공유경제가 좌초했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 산업의 기득권 세력에 의해 혁신과 신사업이 좌초돼 굉장히 안타깝다. 정보기술(IT)강국 미래 산업을 얘기하는 한국 정부와 국회가 진정 혁신을 고민하는지 반성해야 한다."

(2018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렌터카 기반 호출서비스인 타다는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지만, 택시업계 등의 반발로 갈등을 겪다 2020년 이른바 '타다금지법'이 제정되면서 사업을 접었다. 당시 타다 서비스를 해왔던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새로운 꿈을 꿀 기회조차 앗아간 정부와 국회는 죽었다. 국민의 선택권을 빼앗고 과거의 시간으로 되돌렸다"고 비판한 뒤 대표직도 사임했다.)

-비상장 핵심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매각되면 카카오 주주들에게 피해 주지는 않을까?

"반대로 카카오 그룹에서 골목상권 침해로 계속 두들겨 맞는, 굉장히 머리 아픈 '애물단지' 회사를 정리하고, 그 자금으로 다른 유망 분야에 투자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주주들에게, 또 그룹 전체로 봤을 때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게 바람직한가?

"MBK 파트너스는 카카오모빌리티를 인수해 '카카오'라는 이름이 빠지면, 택시업계의 저항이 덜할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지만, (수익성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는 기업을 망가뜨린다. 각종 비용 감축 또는 구조조정으로 재무제표를 개선해, 나중에 산 가격보다 비싸게 되팔면 그만이다. 자율주행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카카오모빌리티가 준비한 신사업도 불투명해질 것이다."

박민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