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0.75%포인트 금리 인상,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 단행 하루 만인 1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급락했다. 전날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주가가 상승했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을 염두에 둔 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흐름으로 풀이된다.
이날 뉴욕 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41.46포인트(2.42%) 떨어진 29,927.07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다우 지수 3만 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23.22포인트(3.25%) 급락한 3,666.7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53.06포인트(4.08%) 폭락한 10.646.10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다우 지수와 S&P 500 지수는 2020년 12월 이후, 나스닥 지수는 202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투자자들이 '28년 만의 자이언트 스텝'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에 눈을 뜬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자문의 유럽·중동·아프리카 투자전략 부문 대표인 아틀라프 카삼은 이날 증시에 대해 "우리가 경기침체로 향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이치방크의 매튜 루제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이날 보고서에서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이미 약세장(베어마켓‧전고점 대비 주가 20% 이상 하락)에 접어든 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의 전고점 대비 하락률은 이날 각각 24%, 34%에 달했고, 다우 지수 역시 1월 5일 역대 최고점에서 19% 내려와 약세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날 홈디포, 월그린, JP모건체이스, 3M,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경기 민감주 다수가 52주 신저점을 경신했다. 테슬라(-8.5%), 엔비디아(-5.6%), 메타(-5.0%) 기술주들도 하루 만에 급락 전환했고, '기술주의 가치주'로 꼽히는 애플(3.97%) 아마존(3.72%)도 일제히 하락했다. 델타항공(-7.5%) 같은 여행주도 추락했다.
급증한 유동성과 '제로 금리'의 힘으로 사상 최고치 기록을 매일 갈아치우던 다우 지수는 이날 3만 선이 무너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후 최저점과 비교하면 60% 이상 높은 상태다. '거품'이 더 꺼질 수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