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사저 앞 시위' 엄단하나... 한 총리 "금도 넘는 불법시위 엄정 처리"

입력
2022.06.16 20:39
한 총리, 문 전 대통령 예방해 '통합 행보'
예방 후 "반목 아닌 화합으로 발전" 강조
윤 대통령의 "법대로" 발언과는 온도차

한덕수 국무총리가 16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우·보수단체들의 욕설 시위와 관련해 '법에 따른 엄정 처리' 방침을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의 사저 앞 보수단체 및 보수 유튜버들의 욕설 시위가 윤석열 대통령 서울 서초동 자택 앞 맞불 집회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하자, 정부가 수습에 나설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한 총리는 예방 후 페이스북에 문 전 대통령을 방문한 사실을 알리고, "합법적인 집회와 시위는 존중돼야 마땅하지만, 금도를 넘는 욕설과 불법시위는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산마을의 풍광이 참 좋지만 마을 곳곳이 집회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며 "반목이 아닌 화합으로 사회는 발전한다"고 덧붙였다.

한 총리의 입장은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대통령 집무실 시위도 허가되는 판이니까 법에 따라서 되지 않겠느냐"는 언급과 온도차가 있다. 윤 대통령의 원론적인 발언으로 오히려 욕설 시위를 방치했고 진보 유튜버들의 맞불 시위를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총리는 문 전 대통령 예방과 관련해 "소박한 일상 이야기와 함께, 국내외 경제 상황의 어려움과 엄중함, 우크라이나 사태 등 최근 국제정세 등에 대해 말씀을 나눴다"며 "문 전 대통령님께 새 정부가 국정 운영을 잘 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 부탁드렸고 대통령님께서도 화답해 주셨다"고 소개했다. 또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해 전직 대통령님들을 비롯해 다양한 분들의 조언을 늘 귀담아들으며, 통합의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번 예방은 한 총리가 새 정부 국무총리로서 전임 대통령을 만나 예우하는 '통합 행보'로 읽힌다. 한 총리는 지난달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도 참석해 문 전 대통령을 만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문 전 대통령과 한 총리는 노무현 정부에서 함께 일한 사이인 만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던 2007~2008년 당시 한 총리는 노무현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였다.

한편, 이날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보수단체의 시위는 계속됐다. 이들은 한 총리가 탄 차량이 평산마을을 들어서자 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더 높이기도 했다. 예방 후 한 총리가 탄 차량이 마을을 빠져나갈 때에는 한 시위자가 차량을 가로막으려 길바닥에 누우려다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박세인 기자
장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