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거짓으로 언제까지 덮고 가겠습니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과해야 합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에서 만난 서해 피격 사망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57)씨는 해경과 국방부의 발표 직후 “이제라도 사실관계가 바로잡혀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하지만 전임 정부와 입장이 180도 바뀐 데 대해선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해경과 국방부는 이날 2020년 9월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월북했다고 단정할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씨는 “아침에 관계자로부터 관련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언질을 받았다”면서 “착잡하기도 하고 무덤덤하기도 하다. 더 복잡해진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이날 오전 A씨를 숨지게 한 북한군의 살인혐의 수사를 중지하는 내용이 담긴 수사결과 통지서를 유족 측에 전달했다. 해경은 통지서에서 “A씨는 북한군 총탄 사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인정되지만 피의자가 북한 군인으로 인적사항이 특정되지 않고 북한 협조 등을 기대할 수 없어 수사를 중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살인 주체를 북한으로 인정한 점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최초 사건 발생 뒤 6시간 30분 동안 정부 관계자들의 타임테이블 역시 공개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전임 정부 관계자들,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했다. 언젠가 문 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했지만, ‘사과할 것 같으냐’는 물음에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씨는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해경 등 전부 문제투성이였지만 가장 큰 책임은 문 전 대통령에게 있다”며 “직접 대면하고 싶으나 (문 전 대통령이) 사과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이씨는 숨진 동생과 남겨진 가족을 걱정했다. 동생 부인은 통지서를 받아 든 후 서럽게 울었다고 한다. 조카도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 노출을 피하게 할 생각이다. 그는 “무슨 이득을 보겠다고 한 가정을 이렇게 파탄 지경으로 몰고 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우리 가족을 넘어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진실규명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그간 유족을 향해 쏟아진 비난과 악성 댓글 등을 취합해 법적 조치에도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발표가 끝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이씨는 “동생이 단순 월북자에서 북한에 살해된 공무원 신분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의 단초는 마련됐다”면서 “이런 끔찍한 사건이 결코 되풀이되지 않고, 북측의 책임 있는 답변을 받아낼 수 있게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은 1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서울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세종시에 있는 대통령기록관실 측에 기록물 공개 여부에 대한 입장을 묻고,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