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법인세 감면 등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을 두고 "MB(이명박 전 대통령) 시즌2 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의 복귀"라며 "표지 갈아 끼우기"라고 평가했다.
이 비대위원은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부 경제 정책 방향이 '민주성(민간 주도 성장)'이란 말이 나온다'는 진행자 물음에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소주성(소득 주도 성장)'을 대비하려고 그랬던 것 같다"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2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인하하는 것은 바로 MB 때 했던 이야기"라며 "가끔 기획재정부에서 경제 정책 방향을 볼 때마다 관료들이 바뀌지 않고, 이런 표현을 쓰긴 그렇지만 표지 갈아 끼우기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직격했다.
특히 법인세 감면이 투자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정부 기대에도 의문을 표했다. 그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를 25%에서 22%로 깎아줬을 때 결과를 보면 코스닥과 코스피 상장사의 사내유보금이 158%, 당기순이익은 115% 각각 증가한 반면 투자는 7년간 0.2% 감소로 나타나 회사가 투자를 안 했다"고 근거를 댔다. 이어 "일반적으로 회사는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는 일단 좀 지켜보고 방향이 정해지면 투자한다"며 "사내유보금이나 이익이 늘어나도 투자를 안 한 건 '지금은 굉장히 어려운 시기인 것 같으니 지금 당장 투자할 것이 아니고 좀 다르게 봐야 된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위기가 심화할수록 민간은 투자를 안 하기 때문에 그 리스크를 줄이거나 분담하기 위해 정부 재정이 일정 정도 리스크를 부담해 줘야지만 전환이 일어난다"며 "단순히 법인세 깎아주면 투자가 늘 것이라는 논리는 연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법인세 인하는 국회를 거쳐 법안을 개정해야 하는 점을 언급하며 "민주당은 동의 못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대기업 조세 감면 규모가 과연 어떤 규모일까, 중소기업의 세 부담이 얼마나 높아질지 낮아질지 등을 구체적으로 좀 따져봐야 된다"며 "당장 (우리 당이) 찬성이나 반대다, 이렇게 접근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주택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에 대해선 "(국회 동의가 불필요해 정부가 독자적으로)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본인들이 책임지고 (실행)하고 책임지면 된다"고 했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에는 "불가피하게 물가가 올라갈 것 같아 정부가 발표했듯이 인상될 수밖에 없다"고 동감을 표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는 취약계층이 가장 피해를 보게 되니까 다른 재정을 사용해 에너지 바우처로 보조해서 버틸 수 있는 안전망을 강화시키는 정책이 수반돼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계층에 얼마나 충격을 흡수할지 (구체성이 떨어진다)"라고 지적했다.
또 "금리 인상으로 취약계층 또는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했던 사람 부실 가능성이 높아져 채무 조정으로 충격을 덜 받게 하는 미시적인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며 "법인세와 다른 세금을 깎는 것 자체로는 효과가 상당히 제한적이니까,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가 다가올수록 정부가 재정을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