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나락 속 억만장자 형제의 새 직업은 '록밴드'

입력
2022.06.15 15:30
페이스북 아이디어 제공자 윙클보스 형제
보유 비트코인 가격 하락·운영 거래소 인원 감축 속
록밴드 공연하며 NFT로 티켓 판매 활동
 블룸버그 "암호화폐 부자들, 큰 손실 입었다"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에게 아이디어 제공자로 알려진 캐머런·타일러 윙클보스 형제는 페이스북에서 벌어들인 돈을 비트코인에 투자해 성공한 암호화폐계의 유명인사다. 그렇게 알려진 이 형제가 최근 들어 미국 각지에서 진행 중인 록밴드 공연으로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숨겨졌던 음악성에 대한 평가보단 암호화폐 시장이 급락하면서 혼란에 빠지자, 유명세를 이용해 돈벌이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각에서다.

15일 암호화폐 관련 매체들에 따르면 윙클보스 형제가 결성한 커버 록밴드 '마스 정션'의 공연이 SNS상에서 화제로 떠올랐다. 공연 영상 속에서 보컬을 맡은 타일러가 '저니'의 1981년 발표곡 '돈 스톱 빌리빙(믿음을 잃지 말라)'을 부르는 장면이 트위터에서 관심을 모은 것이다. 이 노래는 비트코인이 하락세를 겪고 있지만 버티다 보면 반등의 시기가 올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윙클보스 형제는 '암호화폐 겨울(크립토 윈터)'의 직격탄을 맞은 유명인사들 중 하나다. 그들이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는 인력을 10% 감축했다. 두 사람은 최소 7만 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비트코인 애호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최근 가격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도 크다. 비트코인이 역대 최고가를 찍은 지난해 11월 대비 보유 자산 규모가 각각 8억 달러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밴드 공연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모양새다. 6월 말에는 미국 서부에서, 7월 초에는 동부 뉴욕주에서 공연을 예고하고 있다. 암호화폐 마니아답게, 티켓은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만들어 팔고 있다. 평가는 냉정한 흐름이다. 한 네티즌은 "억만장자 형제가 크루즈선 관광 중에 술 마시고 노래방 간 것 같다"며 두 사람의 노래 실력을 혹평했다.

암호화폐 '큰손'도, 엘살바도르도 평가손실

경제 전문매체 블룸버그는 윙클보스 형제를 포함한 '암호화폐 억만장자'들이 큰 평가손실을 입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거래소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대표는 지난해 11월 대비 자산의 90%인 856억 달러를 잃은 것으로 추산됐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FTX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샘 뱅크먼프리드는 62억 달러, 코인베이스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116억 달러 손실을 봤다.

유명한 비트코인 긍정론자인 마이클 노보그라츠 갤럭시 디지털 CEO는 비트코인 외에 루나에도 투자했다가 '테라·루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현재까지 손실만 64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트위터 설립자인 잭 도시가 만든 핀테크 업체 블록,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마이클 세일러의 마이크로스트레티지 등은 회사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매입했다가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지정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꾸준히 매입했다가 대략 50%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독일 공영방송인 도이체벨레 등에 따르면 엘살바도르는 지금까지 약 1억300만 달러를 투자해 비트코인 2,301개를 매입했는데, 이 비트코인의 현재 가치는 5,000만 달러 수준까지 급락했다.

이런 지적에 알레한드로 젤라야 엘살바도르 재무장관은 "아직 비트코인을 팔지 않았기 때문에 손실이 난 것이 아니며, 설령 손실이 났다 하더라도 정부 전체 재정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이를 두고 트위터에 "우리가 비트코인을 더 사야 한다는 뜻인가?"라는 농담을 남겼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