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겨냥한 훈련인데…북한, '림팩'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

입력
2022.06.15 14:07
북한 외무성, 림팩·쿼드·오커스 총망라
대중 안보협력체를 북한이 앞장서 비판
'대중 밀착' 강조, '한미일 대북 공조' 견제
6·15 선언 22주년엔 냉랭 태도 재확인

북한이 8월 예정된 다국적 '환태평양연합훈련(RIMPAC·림팩)'을 거론하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맹비난했다. 중국을 겨냥한 림팩과 인·태 전략에 북한이 오히려 역정을 내며 민감하게 반응한 셈이다. 7차 핵실험을 앞둔 북한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구도를 부각시키면서 대북 압박 공조를 어떻게든 흔들려는 노림수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은 14일 군축 및 평화연구소의 리명학 연구사 명의로 게재한 글에서 "미국은 올해에만 태평양상에서 (일본 자위대와 연합훈련 등) 10여 차례 전쟁연습을 벌였고 8월 세계 최대 규모의 림팩 합동군사연습을 계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침략적이며 패권주의적인 인·태 전략으로 이 지역은 항시 군사충돌 위험을 안고 있고 조선반도 정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림팩은 한때 중국도 참가했던 훈련이지만, 2018년부터 미국이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를 문제 삼아 중국을 배제했다. 올해 훈련에도 안보협의체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 회원국과 남중국해 인접 국가들이 모두 참가한다.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북한 외무성은 게시글에 쿼드는 물론 앵글로색슨 안보협력체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를 함께 언급했다. 군사적으로 중국을 옥죌 미국의 압박 수단을 총망라하며 비난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림팩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밀착 행보를 강조하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중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추가 대북 제재를 막고 나서며 뒷배 역할을 하는 만큼 이 같은 기조를 관리하려는 의도가 짙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아오 포럼에서 발표한 ‘글로벌 안보구상’에 지지 입장을 밝히는 등 최근 노골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편들고 있다.

물론 북한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 국방부는 이번 림팩을 계기로 한미일 3국 및 호주가 참여하는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훈련(퍼시픽 드래곤)을 실시하겠다고 공개했다. 자연히 림팩 전후로 한미일 3국의 대북 압박 공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일은 미사일 경보훈련 역시 공개 실시할 예정인데, 그간 북한이 이 훈련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고강도 반발이 예상된다.

한편, 북한은 15일 6·15 공동선언 22주년과 관련해선 눈에 띄는 언급을 하지 않아 그간의 냉랭한 대남 기류를 재차 보여줬다. 선전매체 조선의오늘은 6·15 공동선언을 언급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찬양 일색이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공식 담화가 없는 만큼 (긍정적 의미를 부각하지 않은) 2019년 이후의 태도가 이어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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