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데뷔 9년 만에 단체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BTS는 지난 14일 저녁 공식 유튜브 채널 'BANGTANTV(방탄티비)'에 영상을 올려 "우리가 잠깐 멈추고, 해이해지고, 쉬어도 앞으로의 더 많은 시간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룹 해체는 아니지만, 단체 활동은 잠정 쉬고 개인 활동을 이어간다는 취지다.
BTS는 지난 10일 앨범 '프루프'(Proof)를 발표해 2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발매 당시 이 앨범을 "챕터(Chapter) 1을 마무리하는 특별한 앨범"이라고 밝혔는데, 모든 멤버가 참여하는 '완전체'로 선보이는 팀 활동을 잠시 멈추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영상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서로 술잔을 기울이며 각자가 하고 싶었던 속 이야기를 통해 지난 9년간 겪은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단체 활동 잠정 중단의 배경으로는 '개인의 성장'이 힘든 점을 꼽았다.
그룹 리더 RM은 "K팝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다"며 "계속 뭔가를 찍어야 하고 해야 하니까 내가 성장할 시간이 없다"고 고백했다. 이어 "내가 인간으로서 10년 전이랑 많이 달라졌다"며 "내가 생각을 많이 하고, 뒤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다음에, 그것들이 숙성돼서 내 것으로 나와야 하는데 10년간 이렇게 방탄소년단을 하며 물리적인 스케줄을 하다 보니 내가 숙성이 안 되더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우리가 최전성기를 맞은 시점에서 세상에 어떤 식으로든지 기능해야 할 것 같은데 (최근의 활동은) 내가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며 "언제부터인가 우리 팀이 뭔지 모르겠다. 나와 우리 팀이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몰랐다"고 고백했다.
멤버 슈가도 "가사가, 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며 "(언제부턴가) 억지로 쥐어짜내고 있었다. 지금은 진짜 할 말이 없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창작의 고통을 호소했다.
멤버 지민은 "지금에 와서야 우리가 각자 어떠한 가수로 팬분들에게 남고 싶은지를 이제야 알게 돼서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면서 "이제서야 (각자의) 정체성을 가지려는 것 같고 그래서 좀 지치는 게 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멤버 정국은 "개인적으로 좋은 시간 많이 보내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 오며 한 단계 성장해 여러분한테 돌아오는 날이 있을 것"이라며 "지금보다 더 나은 7명이 분명 돼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응원을 부탁했다.
BTS는 해체하는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멤버 각자가 개인 활동을 하면서도 BTS 단체 자체 콘텐츠 '달려라 방탄' 촬영은 지속할 계획이다. 멤버 제이홉은 "개인 앨범에 대한 방탄소년단의 기조 변화를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며 "방탄소년단의 챕터 2로 가기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것에 대해 너무 안 좋게 부정적으로만 생각 안 해주셨으면 좋겠고 굉장히 건강한 플랜이라는 걸 인식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RM은 "방탄소년단을 오래 하고 싶다. 오래 하려면 내가 나로서 남아 있어야 한다"며 "우리가 옛날처럼 멋있게 춤을 추지는 못하더라도 방탄소년단으로, RM으로 남아 있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