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만 바꿨을 뿐인데, 드라이버 샷 비거리가 약 13~18m 더 늘어난다.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 인증을 받은 스윙 로봇으로 같은 조건에서 샷 비거리를 측정한 결과, 국내외 13개사의 골프공 평균 비거리를 훌쩍 뛰어넘은 'K골프공'은 세계기록위원회(WRC)로부터 '최장 비거리 골프공'으로 인증받았다.
코오롱이 14일 서울 강서구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자사 골프공 '아토맥스'의 WRC 인증식을 열고, 이 골프공 제작의 핵심 소재인 '비정질합금' 양산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펼쳤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계열사 아토메탈코리아가 만든 이 골프공의 핵심 재료인 비정질합금인 '아토메탈'은 철과 크롬 등 다양한 금속을 녹인 뒤 급속도로 냉각시켜 분말 형태로 만든 소재로, 일반 합금과 비교했을 때 탄성과 경도가 뛰어나고 부식과 마모에도 강하다.
코어와 맨틀, 커버(3피스)로 구성된 골프공의 맨틀층에 아토메탈을 활용하니 탄성과 반발력이 높아졌단 게 코오롱 측 설명이다. 이날 시타장에선 타사 골프공과 직접 비교해볼 수 있는 여건은 갖춰지지 않았으나, 체감상 평소 비거리에 비해 10m 이상 늘어났다는 반응이 많았다.
개발은 골프를 즐기는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의 조언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폴 코오롱 미래기술원 무기소재연구소장은 이날 "분말 형태의 비정질합금은 강성과 탄성이 좋다"며 "이 분말로 뭘 만들지 고민할 때 명예회장님이 '탄성이 좋으면 골프공에 적용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했다.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여러 분말 사이즈와 입자의 다양한 분산 위치, 분산 양에 따라 500개 경우의 수를 가지고 시뮬레이션을 실시했고, 이후 100개의 샘플을 제작해 테스트를 실행했다. 이 가운데 95%의 샘플을 버리고 5%의 샘플만 추려 추가 테스트를 통해 가장 좋은 배합을 발견했다. 비거리를 10m 이상 늘릴 수 있는, '세계 최초 비정질합금을 사용한 최장거리 골프공'을 완성한 것이다.
코오롱은 골프공 제조를 통해 상용화한 비정질합금의 양산 체제를 갖춰 앞으로 다양한 제품에 적용할 뜻을 밝혔다. 1959년 처음 발견된 비정질합금은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연구팀에 의해 상업화 기술이 확보됐음에도 현재까지 양산에 성공한 회사가 많지 않아 경쟁력이 높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분말 형태의 비정질합금인 아토메탈은 기존 비결정합금과 비교해 생산원가가 낮고 조성 변경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100% 수입에 의존하는 텅스텐 카바이드를 비롯한 수입 소재를 대체해 자동차, 에너지, 화학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