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4일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를 평가하는 토론회에서 외부 인사들로부터 거침없는 쓴소리를 들었다. 계파 갈등의 불씨인 이재명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부터 국회 원 구성과 관련해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양보하라는 요구 등의 당내 분위기와는 결이 다른 지적들이 쏟아졌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지선 평가 2차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이재명 의원은 본인과 당을 위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안 된다"며 "이 의원이 출마하는 순간 당은 혁신은커녕 어마어마한 블랙홀에 빠져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탄희 의원 등 초·재선 11명이 공동 주최했고, 민주당 의원 26명이 참석했다.
유 대표는 지방선거 참패 원인으로 팬덤정치에 따른 중도층 이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이재명-송영길 출마, 진보정당으로서 가치 상실을 꼽았다.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가치 혁신 △인적 쇄신 △제도 개혁을 해결책으로 제시했고, 특히 인적 쇄신과 관련해 이 의원이 당대표 선거에 나서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민감한 얘기지만 법사위원장도 약속한 대로 (국민의힘에) 넘겨줘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외부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패인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민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헌기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 외에는 검찰개혁을 잘했다는 사람이 없고, 지지층 중에서도 검찰개혁 취지는 동의하지만 절차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를 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전상훈 이지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대선을 앞두고 있었던 올해 신년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소득불평등과 양극화 문제가 개선됐다고 자화자찬하면서 민심과 멀어졌다"고 분석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세상이 변했는데 민주당은 가치 담론에서 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공정에서 자유로 가치가 넘어왔는데도 민주당은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버리고 자유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긴다"고 비판했다.
당 쇄신책에 대해서도 다양한 제언이 나왔다. 하 작가는 "지금 원 구성이 안 돼서 인사청문회를 못 하고 책임 야당의 모습을 전혀 못 보여주고 있다"며 "민주당은 다수당이기 때문에 상임위 단위에서 막으려면 얼마든지 견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처럼회 등 계파를 해체해 하나된 민주당이 되겠다는 시그널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반면 박 대표는 계파 해체와 관련해선 "정치에서 계파는 자연스러운 것인 만큼 처럼회는 있어도 된다"면서도 "다양성 부족이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