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큼은 서울이 '촌놈'… 별빛보다 낭만 불빛

입력
2022.06.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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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산과 바다의 야경 명소

힘을 다한 노을이 차츰 붉은 기운을 잃고, 최고 80층에 이르는 고층빌딩의 불빛이 하나둘씩 바다로 떨어진다. “네가 불러주지 않아도 난 괜찮아 난 괜찮아~”. 감미로운 멜로디에 실린 스트레이의 노래 ‘너, 너’가 잔잔한 수면에 아른거린다. 오후 8시, 해운대해수욕장 서쪽 끝자락 ‘더베이101’을 출항한 요트가 미끄러지듯 수영만을 빠져나간다.


밤바다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고층빌딩 불빛, 국내에서 이것만큼은 부산을 따라갈 곳이 없다. 이국적인 풍경 앞에 ‘서울 촌놈’이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을 정도다. 부산 야경 관광에서 요즘 가장 뜨는 프로그램은 요트투어다. 광안리와 해운대 사이 ‘수영만 요트경기장’과 인근 ‘더베이101’에서 출발해 대략 1시간에 거쳐 광안대교 아래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상품은 한국관광공사 인증 기업인 ‘요트탈래’를 비롯해 각 여행사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가격은 요일과 시간에 따라 다르다. 평일 낮 시간 상품은 대략 2만 원, 일몰이나 밤 시간은 3만 원부터다. 일행이 많으면 요트 한 척을 통째로 빌릴 수도 있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사람에게 신발을 벗으라고 농담할 때가 있다. 요트를 타기 전에는 실내화로 갈아 신는다. 멋진 포즈를 취하거나 편안하게 즐기기 위해 소파 좌석에 올라서거나 눕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둠이 짙어지면 도시의 불빛은 더 힘을 얻는다. 해변에서 멀어지면 수영만 주변뿐만 아니라 해운대, 광안리까지 반짝거리는 불빛이 3면으로 감싼다. 광안대교의 LED조명이 낭만을 더하고, 선상에서 뿜어대는 불꽃이 요트 투어의 정점을 찍는다. 출발 지점으로 돌아와 노천에서 즐기는 맥주 한 잔도 빼놓을 수 없는 여행의 맛이다.

돈을 들이지 않고 야경을 즐길 곳도 많다. 수영강 산책로는 도보 여행자들에게 멋진 야경을 선사한다. 바다와 만나는 하류에 좌수영교, 수영교, 민락교 등 여러 개의 교량이 있는데 최근에는 LED 조명, 레이저 은하수 조명 등이 설치된 좌수영교 구간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수영교 방면으로 걷다 보면 수영만을 거쳐 민락수변공원까지 닿는다. 이곳에서는 광안대교와 마린시티의 고층 아파트가 한눈에 조망된다. 탁 트인 전망과 바닷바람을 즐길 수 있어 여름 밤에 특히 붐빈다. 매주 토요일 밤 광안리해수욕장에서는 300여 대의 드론이 불빛 쇼를 펼친다. 하절기인 9월까지 오후 8시와 10시, 각 10분가량 광안대교 위 밤하늘에 형형색색의 그림이 그려진다.

부산의 진면목은 바다가 아니라 산에 있다. 부산역 건너편 영주동 산복도로에 위치한 영주하늘눈전망대는 바다와 산, 도시가 어우러진 부산의 풍광이 한눈에 담기는 곳이다. 신선대, 부산항대교, 해양대, 영도 봉래산, 부산타워(용두산공원)까지 파노라마로 조망된다. 도시를 밝히는 불빛이 별빛처럼 내려앉은 밤 풍경이 운치를 더한다. 산동네지만 시내버스로 갈 수 있어 접근도 편리하다.

영도의 청학동배수지 전망대는 항구 도시 부산의 야경이 코앞에 펼쳐지는 곳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부산항대교의 경관조명 너머로 밤을 잊은 컨테이너 부두 풍경이 생경하면서도 활력이 넘친다. 이 장면 때문에 최근 주변에 루프톱 카페가 많이 생겼다.


서구 남부민동의 부산항전망대(해돋이로119번길 17)는 부산 사람도 잘 모르는 야경 명소다. 북항에서 영도대교를 거쳐 남항과 영도 앞바다 묘박지(항구에 들어가기 전 선박들이 대기하는 곳)까지 부산의 풍광이 한눈에 파악된다. 달동네를 야금야금 잠식하는 고층 아파트가 거슬리기도 하지만 이 또한 부산의 모습이다. 손민수 부산여행특공대 대표는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몰려 급격히 팽창한 부산의 과거와 현재를 고스란히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낮 풍경도 못지않다. 날이 좋으면 묘박지 뒤로 일본 쓰시마 섬까지 보인다.

부산 중심부 4개 구에 걸쳐 있는 황령산전망대는 높이(427m)만큼 통 큰 야경을 선사하는 곳이다. 흉물 취급받는 송신탑까지 형형색색 조명을 입었고, 산 아래로 해운대, 광안리, 연산동, 동래 등 매혹적인 도시의 밤이 펼쳐진다. 해가 지기 전에 올라가면 황홀한 노을도 즐길 수 있다.

부산= 최흥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