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군부, '영구집권' 위해 개헌 추진...총선 대비용 해석도

입력
2022.06.14 15:30
17면
軍수장, 마지막 개헌 진행된 곳 개·보수 지시 
 "총선 없이 평생 통치할 헌법 만들려는 것" 
 '차기 총선 무용론' 확산에 돌파구 마련 분석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가 영구 집권을 위해 개헌 작업에 착수했다. 쿠데타의 법적 근거였던 '국가 비상사태 발동'이 내년 2월 종료되는 점을 감안, 미리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헌법을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14일 미얀마 나우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쿠데타 군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 8일 2008년 미얀마 개정헌법이 만들어진 양곤의 피다웅수 홀을 시찰했다. 그 자리에서 흘라잉 사령관은 "피다웅수 홀을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즉시 유지·보수 작업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2008년 민주 인사들의 출입을 막고 군부에 유리한 쪽으로 헌법을 고쳤던 과정을 다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군부의 개헌은 쿠데타의 영속성을 보장하지 않는 2008년 헌법 조항을 부분 수정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공산이 크다. 현행 헌법은 "국가 위기 시, 군부는 대통령 재가 없이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1년 동안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417·418조)고 규정한 뒤, 비상사태 연장을 1회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구집권을 노리는 군부 최고위층에선 "비상사태를 복수로 연장할 수 있도록 내용을 바꾸고, 내년 8월로 약속한 총선 실시도 무력화할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반(反)군부 진영은 "흘라잉 사령관의 개헌 시도는 곧 영구집권을 현실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군부 계열 연합연대개발당(USDP)을 탈당한 한 고위 관계자는 "차기 개헌안은 국민들의 총선 기회를 박탈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민주진영의 계 민트 변호사 역시 "흘라잉 사령관이 개헌을 통해 미얀마를 평생 통치할 길을 곧 열 것으로 보인다"고 한탄했다.

개헌 카드는 총선 실시 후 제기될 국제사회의 비판을 고려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얀마의 차기 총선은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등 반군부 계열 정당이 괴멸된 상황에서 비례대표제로 시행될 확률이 높다. 미얀마인들이 민주진영 후보를 뽑고 싶어도 선택지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미국 등 국제사회는 벌써부터 '총선 무용론'을 제기하며 군부를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데릭 촐릿 미 국무부 선임고문은 지난 1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미얀마 총선이 자유롭고 공정할 가능성은 없다"며 "선거는 그저 국제사회를 속이려는 시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