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직원 외모 비하' 여에스더, 유쾌와 무례 사이

입력
2022.06.13 20:09
예능 프로그램은 '회사 홍보의 장'인가

가정의학과 전문의 겸 사업가 여에스더가 직원들에 대한 외모 비하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예능의 특성상 즐거움을 주기 위한 의도였는지는 몰라도 '과도한 설정'이라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여에스더는 최근 KBS2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 회사 대표로서의 일상을 공개하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지난 5일 방송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사무실에 등장해 한 남성 직원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냄새를 맡으며 "아직도 담배 피워? 홍박사님 폐암 소식 들었지? 난 내가 아끼는 직원이 폐암으로 죽는 거 원치 않아"라면서 영양제를 챙겨줬다.

마케팅팀 직원에게는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있다"라고 하더니 앞머리를 냅다 들어올리곤 "머리 밑이 깨끗하다. 우리 회사 인재가 머리카락 빠지는 꼴은 못 봐"라면서 영양제를 잘 먹으라고 조언했다. 스튜디오에서 이를 지켜보던 출연진들은 '갑' 버튼을 누르며 "아침부터 머리 만지고 왔을텐데" "사람들이 다 있는데서 말하는 건 아니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지난 12일 방송에서는 직원들이 여에스더와 광고 의상 피팅에 나선 모습이 그려졌다. 직원들은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준비해 그의 집을 찾았다. 여에스더는 여성 직원을 보자마자 "어제 또 술 마셨지. 부기 있는 것 같다. 마스크를 벗어보라"면서 "안면 홍조에 완전 부었다"고 지적했다. 다른 남성 직원을 향해서도 "얼굴이 너무 부었다"고 말했다.

여에스더는 직원들에게 또 영양제를 챙겨줬다. 그는 자신의 머리숱을 자랑하며 "영양제를 먹어야 풍성한 머리카락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고, 직원들에게 '두 턱'이라고 지적하는 등 보기 불편한 장면을 연이어 연출했다.

언뜻 보면 여에스더가 직원들의 건강을 생각해 잔소리하는 '엄마 같은 대표'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잔소리의 끝은 늘 '영양제'였다. 회사 연 매출이 1,000억에 달한다는 여에스더는 현재 영양제 사업을 하고 있다. 결국은 방송을 통한 홍보 효과까지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또한 여에스더는 과거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영양제를 하루에 30알씩 먹는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그가 다양한 영양제를 챙겨 먹는 건 사실이라 해도, 연예인이 아닌 의학 박사가 하는 발언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무턱대고 따라하는 이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영양제를 과하게 섭취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에스더는 여러 프로그램에서 친근하고 엉뚱한 매력을 발산하며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영양제 사업이나 회사 홍보에 주력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직원들을 향한 외모 비하는 지나쳤다는 것이 다수 시청자들의 의견이다.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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