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잘 다녀올게요' 마지막 말"... 눈물바다 대구 합동추모식

입력
2022.06.13 21:31
13일 오후 경북대병원서 합동분향소 추도식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편안히 영면하시길"
이석화 대구변협회장 "유족과 함께" 추모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구 법조빌딩 방화 참사 피해자들의 합동추모식이 13일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동료 변호사와 유족 등이 허망하게 유명을 달리한 피해자들을 애도하며 추도문을 읽을 때마다 추모식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이날 오후 6시 대구 중구 삼덕동2가 경북대병원 장례식장 특104호 합동분향소. 검은 정장을 입고 왼쪽 가슴에 '근조'라고 쓰인 띠를 붙인 추모객 100여 명이 160㎡의 합동분향소를 메우며 추모행렬이 복도까지 이어졌다.

곧이어 유가족 대표와 이석화 대구지방변호사회장, 동료 변호사 등 7명이 추도문을 낭독했다. 30대 여성 피해자의 유족은 "아침에 집을 나서며 '잘 다녀올게요'라고 한 말이 생전 마지막일 줄 몰랐다"며 "아빠 손을 잡고 아장아장하던 시절, 첫 월급을 받았다며 선물을 건네던, 너무나 사랑스럽고 예쁜 모습과 추억들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그는 "더 잘해주고 싶은 일이 많았고 함께 쌓을 추억도 많았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며 울먹였다.

숨진 변호사의 동료들도 추도문을 이어 갔다. 하모 변호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형님께서 나타나 술 한 잔 못하는 저를 알면서 '어이 하 프로, 소주 한 잔 해야지'라고 할 것 같은데 어디 계시냐"라며 "짧은 분량의 추도사를 작성하면서도 몇번 썼다지웠지만 고인과 명복이라는 단어를 차마 쓰지 못 하겠다"고 흐느꼈다. 이모 변호사는 추도문 말미에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낭독하기도 했다.

추도문이 이어지는 동안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한 유족은 헌화하고 자리에 앉은 뒤 합동분향소 전체가 떠나가도록 목 놓아 울었고, 조문객 3명이 옆에서 등을 토닥거리고 나서야 깊은 심호흡으로 울음을 그쳤다.

이날 추모식에는 국민의힘 안철수(성남 분당갑) 의원과, 이춘희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 김종한 대구시 행정부시장, 민복기·김성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등 각계 인사들이 피해자들을 애도했다. 안 의원은 추도문에서 "오늘의 아픔을 가슴 깊이 새기고 다시는 이번 일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며 "고인들께서 하시고자 했던 일들은 남은 사람들에게 물려주시고 편안히 영면하시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목이 메이는 소리로 피해자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던 이석화 대구변호사회장은 "유족 여러분, 저희가 함께 하겠다"라며 "앞으로 우리가 해 나가야할 많은 일에 다 함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참사가 발생한 뒤 대구변호사회는 피해자들의 장례를 대구변호사회장장으로 치르기로 하고 지난 10일 오후 6시부터 합동분향소에서 조문객을 맞이했다. 같은 날 낮 12시에는 피해자 6명의 개별 빈소가 차려졌고, 11일과 12일 모두 발인했다.

합동분향소에는 4일간 1,000명이 넘는 조문객들이 피해자들을 애도했다. 지난 11일 오전 10시 30분쯤 한 시민이 합동분향소에 현금 5만 원과 "A변호사님을 비롯해 억울하게 희생되신 모든 분들에게 애도를 표한다"는 편지를 놓고 가기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온라인 추모공간에도 13일 오후 9시10분 현재 6,000여 명이 헌화하는 등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류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