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피지와 사상 처음으로 방위장관 회담을 가졌다. 중국이 남태평양 도서 지역에서 경제·안보 분야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미국, 호주와 함께 견제하려는 목적이다.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장관은 싱가포르에서 10~12일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기간 피지의 이니아 세루이라투 국방장관과 만났다. 일본 방위장관과 피지 국방장관의 대면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회담에서 기시 장관은 “피지는 태평양 도서국 지역의 안정과 번영의 요체”라며 “첫 대면 회담을 실시할 수 있어 기쁘다”고 인사했다. 세루이라투 장관은 아사히신문에 “회담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비전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전반적으로 논의했다. 일본은 피지의 주요 파트너이고 국방력 확대에서도 일본의 공헌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최근 들어 남태평양 도서 지역에 대한 접촉을 늘리고 있다. 올해 5월에는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장관이 피지를 방문했다. 자민당 외교부회는 이달 1일 일본과 태평양 섬나라들의 관계 강화를 위한 프로젝트팀의 첫 모임을 개최했다. 이달부터 올해 10월까지는 일본 해상자위대가 호위함인 이즈모함 등을 중심으로 한 부대를 인도·태평양 방면으로 전개하고, 피지와 솔로몬제도, 통가 등에 기항할 예정이다. 미국, 호주와 공동 군사훈련도 실시한다.
배경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다. 지난 10년간 이 지역에서 어업과 임업, 광업 생산물을 수입하며 경제적 영향력을 키워온 중국은 지난 4월 솔로몬제도와 안전보장협정을 체결했다.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3일까지 왕이 외교부장이 남태평양 도서국 8개국을 순방하는 등 안보 분야로 협력 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호주·일본과 중국의 경쟁의 승부는 당장 나지 않을 전망이다. 피지를 비롯한 지역 섬나라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쪽에 쏠리기보다는 독자적인 입장에서 외교를 펼치려 한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세루이라투 피지 국방장관은 아시아안보회의 연설에서 “우리는 미국인도 일본인도 중국인도 호주인도 다 만났다. 우리는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주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역의 최대 관심사는 강대국들이 연루된 지정학적 경쟁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기후변화”라고 강조하고, 이 문제에 대해 각국의 협력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