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남ㆍ대미 라인을 ‘강경파’들로 재정비했다. 미국에 거친 메시지를 던졌던 최선희를 외무상에 임명했고, 대표적 대남 강경인사 리선권을 통일전선부장으로 전격 낙점한 것이다. 10일 막 내린 전원회의에서 한미를 겨냥한 ‘정면승부’ 선언에 더해 새 진용을 ‘공격수’들로 채우면서 대결 의지를 더욱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8~1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단연 눈에 띄는 변화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외무상 승진과 외무상이던 리선권이 대남업무를 총괄하는 통일전선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일견 ‘미국통’ 최선희와 ‘대남통’ 리선권이 제자리를 찾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교라인의 전문성과 정상화를 추구하는 김 위원장의 의중도 반영돼 있다.
문제는 인사 ‘시점’이다. 최선희와 리선권의 전면 부상은 “한미와 정면승부를 불사하겠다”는 전원회의 결과와 맞물려 이뤄졌다. 한미의 대북 압박에 맞서 핵ㆍ미사일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두 사람의 발탁에는 다른 속내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특히 이들이 그간 ‘거친 입’을 자처했던 사실에 견줘, 향후 7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고강도 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 파고를 ‘강 대 강’ 외교전으로 돌파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최선희는 4년 전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8년 마이크 펜스 당시 미 부통령을 “아둔한 얼뜨기”로 지칭하며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날지,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날 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고 말해 그해 6월 싱가포르 개최가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취소 위기로 몰고 갔다. 리선권은 같은 해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측 기업인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협박한 당사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최선희ㆍ리선권의 등장은 남북ㆍ북미 관계에서 공세적 대응을 위한 진용 정비의 성격”이라며 “두 사람이 대외 투쟁의 ‘선봉장’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물론 이들이 2018년 대화 국면에서 활약하기도 한 만큼 장기적으로 협상 재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한미에 적의감만 잔뜩 드러낸 이번 전원회의 결과를 보면, 당장은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