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2’가 11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시대 첫 사례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2019년 12월 7일) 이후 30개월 만이다. 한국 영화로는 ‘기생충’(2019년 7월 21일) 이후 35개월 만에 나온 1,000만 영화다. 코로나19 유행 여파로 관객이 급감해 고사 위기에 몰렸던 극장가는 반등 기회를 잡았다.
‘범죄도시2’는 개봉(5월 18일) 전부터 한국 영화계 기대작으로 꼽혔다. 전편 ‘범죄도시’(2017)의 후광이 컸다. ‘범죄도시’는 정의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형사 마석도(마동석)를 앞세워 688만 명을 모았다.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로는 3번째 흥행 기록이었다. 극장 밖 인기는 더 높았다. 주문형비디오(VOD) 이용 역대 순위에서 ‘기생충’과 ‘겨울왕국’(2014)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1,626만 관객을 모은 ‘극한직업’(2019)보다 한 단계 높은 순위다.
개봉을 앞두고 호재가 더해졌다. 마석도에 맞서는 악당 강해상을 연기한 배우 손석구가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로 ‘구씨 신드롬’을 일으켰다. 액션과 코믹을 오가며 마블리(마동석+러블리)라는 애칭을 얻은 마동석과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며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오락성에 집중한 전략도 맞아떨어졌다. ‘범죄도시’가 범죄자들의 사연을 부각시키고 폭력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반면 ‘범죄도시2’는 선과 악을 단순화하면서 잔혹한 장면 묘사는 줄여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개봉 전 실시한 ‘블라인드 시사회’(영화에 대한 정보 제공 없이 관객을 초청해 흥행성을 점치는 행사)에선 관객들로부터 만족도 4.53점(5점 만점), 추천도 4.41점을 각각 받았다. ‘범죄도시2’ 공동 제작사 비에이엔터테인먼트의 장원석 대표는 “블라인드 시사회 점수가 ‘극한직업’ 다음으로 높아 어느 정도 기대를 했다”며 “할리우드 대작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을 (일일 관객수에서) 역전하는 순간 1,000만 관객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영화계는 ‘범죄도시2’의 흥행을 주시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혹독한 보릿고개를 겪은 뒤 나온 첫 1,000만 영화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극장 관객은 6,053만 명으로 2019년(2억2,667만 명)보다 73%가량 줄었다.
여름 휴가철이나 명절 연휴 등 극장가 대목이 아닌 비성수기에 1,000만 고지에 오른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비성수기 1,000만 한국 영화(전체 1,000만 한국 영화는 20편)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와 ‘기생충’ 이후 세 번째다. 영화계에선 극성수기인 여름에 충무로 대작 ‘외계+인’과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 등이 잇달아 개봉하면 관객이 더 몰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1,000만 영화 귀환을 두고 우려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범죄도시2’로 극장가가 되살아날 기회를 잡았다고 하나 스크린 독과점 현상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죄도시2’는 전국 상영점유율(하루 전체 상영횟수에서 한 영화가 차지한 비율)이 50%를 넘은 경우가 18일(전체 상영일 25일)이나 됐다. 70% 이상인 날은 10일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상영점유율 50% 이상을 넘으면 ‘공정신호등’ 빨간색으로 분류한다. 다양한 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기회가 줄어 영화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범죄도시2’의 1,000만 관객 달성은 극장가가 구시대로 퇴행하는 신호”라며 “이런 추세로는 독립영화, 예술영화가 살아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