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래 진료를 가장 많이 받은 질병 1위는 무엇일까? 치은염과 치주 질환이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치은염과 치주 질환은 진지발리스, 포사이시아, 덴티콜라 등 입속에 살고 있는 유해 균이 원인이 돼 치아 주변 잇몸에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이다.
유해 균이 음식 찌꺼기ㆍ침 등과 섞여 치아에 들러붙고 끈끈한 무색의 얇은 막 치태(플라크)를 형성한다.
치아를 제대로 닦지 않으면 치태가 그대로 굳어져 딱딱한 돌처럼 되는데 이것이 치석(齒石)이다. 치석이 만들어지면 그 표면이 거칠어 세균막이 점점 더 쌓이기 좋은 환경이 된다. 치석에 쌓이는 세균막에서 독소를 방출하고 방출된 독소가 잇몸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치은염은 잇몸 염증이 연(軟)조직에만 발생하는 것으로 치료하면 회복이 가능하다. 치은염 염증이 치조골까지 번진 것을 '치주염'이라 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치조골이 손상되고 치아를 뽑아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치주 질환이 입속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미네소타대학 보건대학원 라이언 데머 교수 연구팀은 치아 건강이 몹시 나쁘면 치매 위험이 2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치주 질환 원인이 되는 유해 세균이 혈관을 따라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뇌로 침투해 치매를 일으킨다고 했다.
미국 UCLA 치의과대 마이클 뉴먼 교수는 “치주 질환 환자는 잇몸이 건강한 사람보다 심근경색이 발생할 확률이 3배 높다”고 했다.
일본 치과의사 모리 아키라는 그의 책을 통해 치주 질환ㆍ당뇨병ㆍ지방간은 한 세트라고 했다. 어느 하나가 발병하면 세 질환이 한꺼번에 덮쳐올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밖에 구강이 건강한 사람보다 치주 질환을 앓는 사람이 다른 질병 유병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혈관성 치매 1.7배, 뇌졸중 2.8배, 심혈관계 질환 2.2배, 류마티스관절염 1.17배, 당뇨병 6배, 임신부의 조산 및 저체중아 가능성은 7배 높다. 치주 질환 임신부의 조산 확률은 흡연 임신부보다 2~3배 높다.
치은염과 치주 질환을 예방하고 건강한 구강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깨끗한 칫솔질이다.
매일 식사 후 칫솔질과 치실로 음식물 찌꺼기를 깨끗이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칫솔질 방법 ‘333’은 숫자에 불과하다.
이병규 명동수치과 원장은 “칫솔질 횟수나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방법”이라며 “치아를 자주 오래 닦는 것보다 올바른 방법으로 표면 치태와 치아 사이의 음식 찌꺼기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치아 앞쪽뿐만 아니라 치아 안쪽까지 꼼꼼히 닦아야 한다. 치아 안쪽은 칫솔을 세워 치약이 밖으로 튈 것 같은 방향으로 칫솔질을 해야 한다.
하지만 칫솔질로 닦는 면적이 구강 내 전체 면적의 25%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치아와 치아 사이, 어금니 뒤쪽 등 칫솔이 닿지 않는 곳은 치실이나 치간 칫솔로 깨끗이 닦아야 한다.
구강 유산균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장 속 유해 균을 억제하고 유익 균을 늘리기 위해 장 유산균을 먹는 것과 같은 원리다. 입속에는 700여 종 100억 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다.
신체 기관 중 장 다음으로 세균이 많으며 건강 상태가 나쁜 경우 1조 마리까지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입속 세균은 진지발리스, 뮤탄스, 뉴레아툼 등 치주질환, 충치, 입 냄새를 일으키는 유해 균과 사이베리아, 살리바리우스 등 구강 건강에 도움을 주는 유익 균이 공존하고 있다.
구강 유산균은 미생물인 유산균을 입속에 공급해 유해 균을 없애거나 억제하고 유익 균을 증식시켜 구강 면역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