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감 속의 ESG

입력
2022.06.13 00:00
27면

2022년 현재 글로벌 금융투자 시장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반되는 현상) 가능성이 회자되고 있다. 세계은행(WB)을 위시한 주요 경제전망 기관이 2022년과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빠르게 하향 조정하고 있다. 올 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2.9%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7%이다. 반면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감은 여전히 높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현재 8.3%로 오일쇼크 영향을 받았던 1980년대 초반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물가 상승은 러시아, 중국 등의 지정학적 불안, 이로 인한 원자재 등의 수급 불안, 그리고 높아진 인건비 등으로 인해 단기간에 진정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2023년 물가가 다소 안정될 것이란 전망도 미국을 위시한 세계 각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동반한 경기 침체를 전제하고 있는 것 같다.

이미 시대의 패러다임이 되어 버린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또한 경제환경과 금융투자시장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다. 인과관계나 선후관계를 밝히는 것이 어려울 뿐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탄소배출권 가격도 유럽 부채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2011년 하반기와 2012년 상반기에는 급락했다. 놀랄 만한 상승세를 보였던 미국 기술주의 주가도 금리인상 여파로 하락 추세 가운데에 있다. 이로 인한 ESG 포트폴리오(ESG 상장지수펀드 등)의 수익률 하락은 금융시장 환경이 ESG 관련 기업 가치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된다.

앞으로 전개될 금리 상승 기간 동안 채권 발행 시장은 위축될 가능성이 있고, ESG 채권 또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소비 위축이 나타나기 이전이라도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실적 악화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환경설비 투자, 관련 기술 개발, 그리고 광범위한 사회적 책임 관련 인프라 구축 등에 쏟는 기업의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원자재 공급 불안으로 인한 인플레가 지속될 경우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로의 가속화도 영향을 받게 된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은 2020년 6월 발표한 논문에서 '기업의 ESG 성과와 해당 국가의 거시경제 성장 사이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ESG 성과가 국내총생산(GDP) 증가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함을 의미한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만약 그렇다면 의도치 않은 GDP 성장률의 하락은 기업의 ESG 경영 속도를 늦추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가올 미래의 경제상황을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고, 어쩌면 시간이 지난 후 스태그플레이션이 지나친 기우였다는 사실이 밝혀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금리와 물가만 보더라도 지난 수년간과는 다른 거시경제 환경 속에 정부·기업·가계가 놓이게 된다. 그간 유동성이 풍부한 환경에서 활발히 전개해온 ESG 활동들이 이제 그 진정성을 시험받는 시기가 도래했다. 그저 트렌드를 따라 시늉을 낸 기업과 뚜렷한 철학과 의지를 가지고 ESG를 실천해온 기업의 행보는 다르리라고 전망한다.

미국의 투자 대가 워런 버핏이 '수영장에서 물이 빠지고 나면 누가 벌거벗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수영장의 물이 빠지기 시작한다. 과연 누가 수영복을 입고 있는지 관심이다.


조윤남 대신경제연구소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