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 가운데 일반 국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과제는 사회안전과 미세먼지 감축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과제 리스트에서 후순위로 밀렸던 과제들이 오히려 높은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받은 셈이다. 반면 새 정부가 국정과제 전면에 배치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과 탈원전 정책 폐기는 중요도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이는 한국리서치가 법무법인 지평과 전략분석 컨설팅업체 스트래티지앤리서치(SNR) 의뢰로 지난달 13~18일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대한 온라인 패널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이번 조사는 총 110개 국정과제별로 관심도 및 지지도를 일일이 조사한 후, 두 수치를 종합해 중요도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먼저 응답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정과제는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47.6%)’, ‘미세먼지 걱정 없는 푸른 하늘(47.0%)’인 것으로 조사됐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 리스트에서 각각 63번, 88번에 후순위 배치됐던 과제들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 셈이다. ‘부동산세제 정상화(44.5%)’, ‘청년 주거ㆍ일자리ㆍ교육(43.6%)’ 등이 뒤를 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권력형 성범죄ㆍ아동학대ㆍ흉악범죄 등 범죄 근절 △초미세먼지 30% 감축 △종부세 등 부동산 세부담 완화 △청년 지원 등은 대다수 국민들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합의’ 이슈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들 중요 과제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가 반드시 높은 것은 아니었다. 가령 관심도 조사에서 ‘부동산세제 정상화’, ‘주택공급 확대’ 등 부동산 과제들은 각각 60.6%, 57.5%로 1, 3위를 차지했다. 부동산 이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해당 과제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73.4%, 70.9%로 전체 지지율 평균(74.0%)에 못 미쳤다. 지지율 순위 또한 64위, 79위에 그쳤다.
해당 과제 지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의견을 유보한 응답자들에게 이유를 물어본 결과,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는 응답이 각각 43.6%, 45.1%로 가장 많았다. 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250만 가구 주택공급’, ‘종부세 및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 등이 실제 추진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적지 않은 셈이다.
소득수준별로 보면 중산층(48.9%)과 수도권 고소득층(50.0%)은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부동산세제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반면 저소득층은 △100세 시대 복지 강화(노인 일자리 확대 등) △필수의료 부담 완화(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 △국민 맞춤형 기초보장(생계급여 대상 확대 등) 등 복지 관련 과제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수도권에 사는 20~30대 여성들의 진보적 성향도 두드러졌다. 이들 계층에서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로는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 완성’ 같은 기후위기 대응이 꼽혔다. 또 보수 진영 의제인 ‘탈원전 정책 폐기’ 과제가 중요하다는 응답은 10.1%에 그쳤다. 나머지 그룹에서 이 같은 응답 비율이 27.7~40.6%로 높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또 ‘북핵 미사일 위협 대응’, ‘한미 군사동맹 강화’ 등 안보 과제가 중요하지 않다고 평가한 계층 또한 이들 2030여성들이 유일했다. 탈원전, 대북 강경 노선 등 보수 정체성을 강조하는 새 정부가 향후 여성 지지 기반을 확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