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국정과제 '후순위' 사회안전·미세먼지, 국민에겐 최우선 과제였다

입력
2022.06.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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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리서치·지평·SNR 국정과제 관련 여론조사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 가운데 일반 국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과제는 사회안전과 미세먼지 감축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과제 리스트에서 후순위로 밀렸던 과제들이 오히려 높은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받은 셈이다. 반면 새 정부가 국정과제 전면에 배치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과 탈원전 정책 폐기는 중요도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이는 한국리서치가 법무법인 지평과 전략분석 컨설팅업체 스트래티지앤리서치(SNR) 의뢰로 지난달 13~18일 전국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대한 온라인 패널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이번 조사는 총 110개 국정과제별로 관심도 및 지지도를 일일이 조사한 후, 두 수치를 종합해 중요도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국민이 꼽은 4대 국정과제… 안전ㆍ미세먼지ㆍ부동산ㆍ청년

먼저 응답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정과제는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47.6%)’, ‘미세먼지 걱정 없는 푸른 하늘(47.0%)’인 것으로 조사됐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 리스트에서 각각 63번, 88번에 후순위 배치됐던 과제들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 셈이다. ‘부동산세제 정상화(44.5%)’, ‘청년 주거ㆍ일자리ㆍ교육(43.6%)’ 등이 뒤를 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권력형 성범죄ㆍ아동학대ㆍ흉악범죄 등 범죄 근절 △초미세먼지 30% 감축 △종부세 등 부동산 세부담 완화 △청년 지원 등은 대다수 국민들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합의’ 이슈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들 중요 과제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가 반드시 높은 것은 아니었다. 가령 관심도 조사에서 ‘부동산세제 정상화’, ‘주택공급 확대’ 등 부동산 과제들은 각각 60.6%, 57.5%로 1, 3위를 차지했다. 부동산 이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해당 과제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73.4%, 70.9%로 전체 지지율 평균(74.0%)에 못 미쳤다. 지지율 순위 또한 64위, 79위에 그쳤다.

해당 과제 지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의견을 유보한 응답자들에게 이유를 물어본 결과,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는 응답이 각각 43.6%, 45.1%로 가장 많았다. 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250만 가구 주택공급’, ‘종부세 및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 등이 실제 추진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적지 않은 셈이다.

저소득층은 ‘복지’, 중ㆍ고소득층은 ‘부동산 세금 정상화’

소득수준별로 보면 중산층(48.9%)과 수도권 고소득층(50.0%)은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부동산세제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반면 저소득층은 △100세 시대 복지 강화(노인 일자리 확대 등) △필수의료 부담 완화(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 △국민 맞춤형 기초보장(생계급여 대상 확대 등) 등 복지 관련 과제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수도권에 사는 20~30대 여성들의 진보적 성향도 두드러졌다. 이들 계층에서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로는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 완성’ 같은 기후위기 대응이 꼽혔다. 또 보수 진영 의제인 ‘탈원전 정책 폐기’ 과제가 중요하다는 응답은 10.1%에 그쳤다. 나머지 그룹에서 이 같은 응답 비율이 27.7~40.6%로 높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또 ‘북핵 미사일 위협 대응’, ‘한미 군사동맹 강화’ 등 안보 과제가 중요하지 않다고 평가한 계층 또한 이들 2030여성들이 유일했다. 탈원전, 대북 강경 노선 등 보수 정체성을 강조하는 새 정부가 향후 여성 지지 기반을 확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박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