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근로자의 생계비는 고려하면서 사용자의 지불능력은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과연 이게 정상적인 나라입니까."(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가 최저임금 제도를 업종에 따라 차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거리로 나왔다. 35년 된 최저임금 논의제도를 개선하고 소상공인의 업종 특성을 고려해 대기업과 달리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야 한다는 게 이들 주장의 골자다.
소공연이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개최한 제1차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결의대회에는 서울과 경기·인천에서 일하는 소속 회원단체와 소상공인·자영업자 4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날 결의대회는 9일 열리는 2023년 최저임금위원회 제3차 전원회의를 하루 앞두고 소상공인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오세희 회장은 대회사에서 "우리나라 소상공인의 25%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익으로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며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겨우 버티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일률적인 최저임금 적용으로 인한 부담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낭독하며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화 △지역별 차등화 △최저임금 산출 기준에 사용자의 지불능력 반영을 촉구했다.
소공연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정부에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영업제한으로 입은 피해에 대한 온전한 손실보상이 소상공인 업계의 최우선 요구로 떠오르면서 최저임금 논의는 잠시 보류됐었다.
소공연은 최저임금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지난달 말 최저임금 제도개선위원회를 발족하고 소상공인 업계의 특성을 보여줄 수 있는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소공연 관계자는 "다음 주쯤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소상공인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공연은 오는 16일에도 세종시에서 충청권을 포함한 지방 소상공인들의 결의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9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는 제3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의 생계비안과 임금수준안을 제출받아 2023년 최저임금의 수준을 논의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관련 법에 따라 업종별 차등적용은 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으나 지역별, 사업 규모별 차등적용까지는 명문상 규정이 없어 적용하기 힘든 실정이다. 최저임금위원회 관계자는 "사용자위원에 소상공인연합회 측 2명이 포함돼 있다"며 "최저임금 논의 시 위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만큼 소상공인 업계의 주장이 함께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