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적게, 만남은 많이.
8일 국회 등원 이틀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행보를 요약하면 이렇다. 비상대책위원회와 전당대회를 둘러싼 계파 갈등에는 최대한 말을 아끼면서도, 가까운 인사들을 중심으로 스킨십은 넓히고 있다. 자신을 향한 대선ㆍ지방선거 책임론 공세에 맞대응하기보다 동료 의원들과 접점을 늘려가며 다양한 의견을 들은 뒤 거취 방향을 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과 만나 1시간 가까이 독대했다. ‘전ㆍ현직’ 경기지사라는 특수관계를 감안해도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 당선인이 초선 국회의원을 직접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면담은 김 당선인 측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당선인은 ‘선배 지사’ 이 의원에게 도정 운영에 관한 조언을 들었다. 그는 면담 뒤 취재진에 “지금 경기 광역의회 (여야) 구성이 반반이라 (이 의원이)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특히 도민과의 소통, 도민과의 공감대에 대해 말씀을 줬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진땀 승리로 끝난 경기지사 선거를 “질책과 기대가 함께 담긴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 당선인은 “경기도민이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민주당에 대한 기대, 건전한 비판세력으로서의 견제, 균형으로서 기대가 함께 들어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의 6ㆍ1 지방선거 기여 여부에는 “특별히 (누구를) 지칭하기보다는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의원은 당내 시선이 곱지 않은 점을 감안해 일단 측근 챙기기를 발판 삼아 여의도에서 입지를 다지려는 모습이다. 전날에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 민형배 무소속 의원 등 이른바 ‘친(親)이재명계’ 의원 9명과 만찬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그의 당선을 축하하고, 지방선거 과정의 노고를 격려하는 등 덕담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당내 현안에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그는 이날 당내 갈등 수습과 쇄신을 책임질 우상호 비대위원장 선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취재진의 요구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