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 카메라 앞과 뒤 다른 모습 [HI★인터뷰]

입력
2022.06.08 18:24

사람들 앞에서는 때때로 불편함을 느꼈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이상할 만큼 마음이 편해졌다. 긴장하지 않았기에 몸짓과 눈빛도 더욱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다. 배우 배두나는 카메라 앞에만 서면 확 달라졌다.

8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서도 배두나의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때로는 화려한 액션을, 때로는 치열한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브로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브로커'에서 배두나는 브로커들의 여정을 뒤쫓는 형사 수진 역을 연기했다.

다시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브로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배두나는 2010년 개봉한 영화 '공기인형'으로도 호흡을 맞췄다. 배두나는 '공기인형'으로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우수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은 바 있다. 지난날의 작업으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신뢰를 쌓게 됐고 배두나는 고레에다 감독의 새 작품인 '브로커'를 '당연히 해야 하는 작품'으로 생각했다. '브로커'의 촬영을 마친 지금 그는 고레에다 감독에 대해 "'공기인형'때보다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셨는데 그때부터 완성형이셨다"고 말했다.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난 고레에다 감독은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배두나는 "사람들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스태프들을 존중하는 모습이 똑같았다. 배우들을 대하고 연기 디렉팅을 하는 방식도 동일했다"고 이야기했다. 고레에다 감독이 아역을 대하는 방식도 배두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감독님의 영화에 나오는 어린 배우들은 '어떻게 저렇게 하나' 싶을 정도로 연기를 잘해요. 감독님께서는 아이들에게 연습이나 공부를 시키시지 않아요. 자유롭게 놀 수 있게 하면서 좋은 연기를 뽑아내세요."

아이유·이주영과의 호흡

배두나는 '브로커'의 배우들과 마음을 나눴다. 그가 바라본 아이유는 이상할 만큼 마음이 가는 사람이었다. 배두나는 아이유의 연기력을 칭찬하며 그에 대해 "'혹시 힘든 게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더라"고 말했다. 과거 아이유가 미혼모 소영 역에 제격이라는 생각에 무릎을 탁 치기까지 했단다.

이주영과의 호흡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주영은 수진을 믿고 따르는 후배 이 형사를 연기했다. 배두나는 "주영씨는 정말 순수하다. 열의가 넘치고 좋은 배우다. 나를 잘 따라와줬다"고 말했다. 이주영과 윷놀이를 하고 숙소에서 밥을 먹으며 계속 붙어있다 보니 자연스레 케미스트리가 생겼다고도 했다. 이주영에 대해 이야기하는 배두나의 눈빛에는 애정이 담겨 있었다.

'브로커'에 담긴 배두나의 노력

물론 촬영하는 과정이 늘 편하고 즐겁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배두나는 활자만 보고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입장에서 고민이 많았단다. 주로 차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연기를 펼쳐야 했기에 더욱 어려웠다. 배두나는 "한국어 대본에서 답을 잘 못 찾아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일본어 대본을 요청했다. 일본어 대본을 통해 힌트를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원본을 보니 대사의 뉘앙스와 인물의 의도를 더욱 잘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외국어를 할 수 있다는 게 내게는 큰 도움이 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수진 역을 연기하기 위해 외적으로도 신경을 썼다. "최대한 꾀죄죄해 보이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메이크업도 하지 않았다.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려지길 원했다. 며칠 동안 잠을 못 자고 물티슈로 얼굴을 닦은 형사처럼 보이길 원했다"는 게 배두나의 설명이다.

배두나의 철학

배두나는 "나는 내 연기에 박한 평가를 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던 그지만 정작 자신은 스스로의 연기에 만족한 적이 없단다. 그는 "난 감독이 오케이 하면 나도 오케이인 배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연기를 잘 안 본다. 보면 부끄럽고 민망하다"고 털어놨다.

배두나는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사회 문제를 다루는 작품,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에 큰 끌림을 느낀다. 그에게는 역할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배두나가 20대가 지나고 나서부터 지켜왔던 가치관이다. "제 역할이 무엇인지보다 어떤 작품인지를 더 많이 봐요. 얼마나 좋은 역할인지보다 어떤 작품이고 제가 거기에서 어떻게 쓰일지에 더 주목하죠."

'브로커'는 이날 개봉했다.

정한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