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미군 용산기지 드래곤힐 호텔과 주변 부지를 직접 찾아 둘러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인접한 드래곤힐 호텔 부지를 돌려받고 대체 부지를 제공하는 방안을 미군 측과 협의 중인 상황에서다. 윤 대통령이 직접 해당 부지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협상에 속도가 붙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7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드래곤힐 호텔을 찾아 내부 시설인 연회장과 일부 객실 등을 둘러본 것으로 확인됐다. 9층 규모의 드래곤힐 호텔은 대통령 집무실에서 약 400m 거리다. 윤 대통령은 당시 김건희 여사와 용산공원 부지를 둘러보던 중 드래곤힐 호텔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드래곤힐 호텔 부지(10만5,000㎡)는 전체 203만㎡에 달하는 용산공원 예정지 한 가운데 위치해 있다. 2004년 체결한 한미 협정 및 합의서에 근거해 평택으로 이전한 미군의 잔류기지로 활용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용산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실이 이전하면서 대통령 집무공간과 미군기지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자리 잡게 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그동안 정부는 해당 부지를 반환받는 대신 대체 부지를 미군에 제공하는 방안을 물밑에서 협의 중이었다.
윤 대통령의 드래곤힐 호텔 방문은 부지 반환 협상에서 미군 측의 긍정적 기조를 확인한 뒤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협상에 속도가 붙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반환이 성사될 경우 드래곤힐 호텔 부지는 시민에게 공개될 용산공원 예정지에 포함시키거나, 과거 청와대 영빈관처럼 국가 외빈 행사를 치르는 공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대체 부지를 미군 측에 제공해줘야 하는 만큼 협상에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대체 부지 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걸림돌이다. 4성 장군 출신의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서울의 다른 지역에 10만㎡를 구입할 땅이 없으니 미국 대사관이 들어서려는 후암동 부근으로 옮길 확률이 높다”며 “드래곤힐 호텔도 현 수준으로 새로 지어줄 경우 3,0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반환받게 되면 부합하는 대체 부지라든지 다른 보상을 해줘야 하지만, 잔류 기지를 정부가 얻게 되는 것이라 양쪽의 ‘윈윈’”이라며 “(이 과정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희생이나 혈세 낭비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