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거소투표 중 발생한 부정행위를 둘러싼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유권자가 거주지에서 기표해 우편 발송하는 과정에 마을 이장이 몰래 투표하는 행위가 재연된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경북 의성의 경우, 2년 전 대구 군공항 이전 주민투표 때도 똑같은 일이 발생해 도 선거관리위원회가 대책 마련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6일 경북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거소투표와 관련해 불법행위를 한 의성군 구천면 이장 1명이 지난 1일 검찰에 고발됐다. 해당 이장은 유권자 11명을 거소투표자로 허위 신고한 뒤, 이 중 3명의 거소투표를 대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의성에서는 이날까지 모두 5명의 이장이 거소투표 불법행위로 적발됐다. 인근 경북 군위군에서도 마을 이장 5명과 요양보호사 1명 등 6명이 거소투표 허위신고 및 대리투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거소투표는 신체에 중대한 장애가 있어 거동할 수 없는 사람이 자택 등 거주하는 곳에서 기표하고 우편으로 발송하는 방식이다. 마을 이장이나 반장이 대상자를 파악한 뒤, 본인 도장을 받아 읍·면 사무소를 거쳐 선관위에 신청한다. 하지만 80대 이상 고령자가 많은 농어촌 지역에서는 부정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주민 편의를 위해 노인들의 도장을 갖고 있는 일부 이장이 유권자 의사도 묻지 않은 채, 거소투표 신청서에 날인하고, 대리투표를 해도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거소투표 방식의 허점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의성군은 2년 전 대구 군공항 이전 주민투표 때도 마을 이장 2명이 주민 12명의 거소투표신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신고했다가 지역 선관위에 적발됐다. 검찰 고발과 처벌까지 이뤄졌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같은 일이 재연됐다. 2018년 지방선거 때는 경남 함양군의 한 마을 이장이 당사자 의사 확인 없이 거소투표신고서를 작성하다 적발돼 검찰에 고발됐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도 전남 나주시 등에서 대리 신고와 대리투표 등의 부정 사례가 적발됐다.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면서 선관위나 해당 지자체를 향한 비판도 확산하고 있다. 재발 방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이유에서다. 군위군 한 주민은 “거소투표 부정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건 제도의 허점을 제대로 보완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공무원이나 선관위 직원이 거소신고서를 직접 받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