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북한의 핵ㆍ미사일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기 첫 현충일 추념식에서 북한 도발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전날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8발을 발사한 것에 대한 대응 성격인 동시에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대북 기조를 분명히 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면서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안보 능력을 갖추어 나갈 것”이라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미가 이날 새벽 북한의 SRBM 도발에 대응해 지대지 미사일 8발을 공동으로 대응 사격한 직후 윤 대통령이 직접 ‘실질적인 안보 능력’을 언급하며 전임 정부와 차별화된 대응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국가 안보를 해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고도화되고 있다”며 “어제도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6ㆍ25전쟁을 “공산 세력 침략”이라고 규정했다. 추념사의 시작을 “이곳 국립서울현충원에는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투쟁한 순국선열과 공산 세력의 침략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지킨 호국영령들, 그리고 목숨을 바쳐 국민의 생명을 지킨 분들이 함께 잠들어 계신다”고 하면서다. 문재인 정부가 5년 내내 6ㆍ25전쟁 발발 원인으로 북한을 지목하지 않은 것과 차별화를 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추념사의 분량(약 1,580자)을 전임 문재인 정부의 3분의 1 이하로 줄였다. 북한에 대한 메시지에 집중하기 위한 차원이란 해석이 나왔다. 과거 보수 정부가 원칙적인 수준에서라도 ‘대화’ ‘통일’ ‘평화’ 등을 언급한 것과 달리 북한을 향한 대화나 평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는 전무했다.
윤 대통령은 ‘호국’과 ‘보훈’의 의미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확고한 보훈 체계는 강력한 국방력의 근간”이라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훈 체계를 마련해 조금이라도 억울한 분들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충일 추념식을 마치고 김건희 여사와 함께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을 방문해 입원 치료 중인 국가유공자를 위로한 것도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자유와 번영을 이룩한 나라의 국민은 조국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이들을 정성껏 예우해 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추념사를 통해 ‘희생’(7회)과 ‘영웅’(5회)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지난 1월 노후 전투기가 민가에 추락하는 것을 막고자 조종간을 놓지 않고 순직한 공군 제10전투비행단 심정민 소령, 평택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인명구조 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이형석·박수동 소방장·조우찬 소방교, 대만 해역에서 실종 선박을 수색하고 복귀하던 중 추락사고로 순직한 남부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 정두환 경감·황현준 경사·차주일 경사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한 윤 대통령은 “제복 입은 영웅들이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보훈의 범위를 국방안보의 영역을 넘어 경찰ㆍ소방 등 민생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