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파도와 술래 잡기를 하고 연인은 바닷가에 나란히 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마치 진짜 해변에라도 온 듯이. 하지만 이 곳은 전시관에 설치된 '비치'라는 미디어 아트 작품 속이다. 전시관에 들어서는 순간, 관객은 하늘과 맞닿은 바다, 8m 높이서 쏟아지는 폭포, 굉음과 함께 꽂히는 벼락에 이내 빠져들고 만다.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인 아르떼뮤지엄이 보여주는 건 진짜 보다 더 실감나는 가상 현실의 세계다.
아르떼뮤지엄을 운영하는 디지털미디어기업 '디스트릭트'의 이상진 부사장(기획· 연출 총괄)은 "미디어아트라고 해서 별 기대 없이, 감동 받지 않을 준비를 하고 왔다가 '와' 하고 놀라게 됐다는 분들이 많다"며 "저희 작품이 실재하는 자연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각색된 자연이다 보니, 고정관념을 깨고 더 새롭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 여수, 강릉 3곳에 위치한 아르떼뮤지엄은 최근 누적 관객 수 200만명을 돌파했다. 2020년 9월 제주에 첫 아르떼뮤지엄을 연 후 2년이 채 안 돼 얻은 결실이다. 지난해 12월 개관한 강릉 전시관은 입소문을 타면서 벌써 41만명이 다녀갔다. 미디어아트는 난해하다는 인식으로 일반 관람객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결과다.
이 곳의 작품들이 기존 미디어아트와 다른 특징은 "이머시브(immersive)한 공간", 즉 작품이 관객을 에워싸는 듯한 느낌을 창출하는 점이다. 이런 기법은 작품과 관객 사이의 거리를 없애 관객의 몰입감을 한껏 높인다. 이를 위해 아나몰픽, 퍼스펙티브 뷰, 프로젝션 매핑, 홀로그램,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기술이 동원됐다. 전시장마다 풍기는 각기 다른 향은 관객이 느끼는 감각의 지평을 넓힌다. '플라워' 전시장에서는 꽃 향기가, '비치'에서는 시원한 향기가, '포레스트'에서는 피톤치드 향기가 나는 식이다.
전시 주제는 '영원한 자연'이다. 이 부사장은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테마를 고민하다 자연으로 정했다"며 "꽃이 피고 지고, 폭포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것처럼 사시사철 바뀌고 순환하는 자연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공은 들였지만 이 정도까지 호응이 클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한다. 제주도에 처음 오픈하면서 "하루 300명만 와도 기뻐하자"고 했던 게 이제는 많게는 하루 관람객이 7,000명에 이른다.
이 부사장은 시대 흐름에 맞게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뜻의 신조어)한 콘텐츠를 만들고자 했던 것"을 성공 비결 중 하나로 꼽는다. 그는 "인스타그램이나 SNS에 공유되려면 사진이 잘 나와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실제 공간과 사진에 담긴 공간이 다르지 않게 비교해가며 계속 수정해 나갔다"고 말했다.
아르떼뮤지엄은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다. 연말에는 홍콩과 중국 청두에, 내년 초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전시관을 열 계획이다. 내년 4월에는 부산에 개관을 준비 중이다. "전시관에 가보면 어떤 분들은 바닷가에서 춤도 추시고, 명상하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폭포가 말을 거는 것 같다면서 눈물을 보이던 분도 기억에 남아요. 미디어아트를 잘 몰라도, 머무는 동안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전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