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총기 난사로 충격에 빠졌던 미국 텍사스주(州)에서 또 다른 비극적인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감옥을 탈옥했던 죄수가 여름방학을 맞아 가족 주말 목장을 찾았던 할아버지와 손자 4명을 살해하면서 가족과 지역사회가 슬픔에 잠겼다.
4일(현지시간) 미 CNN,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텍사스 주요 도시 휴스턴 교외 톰볼에 사는 마크 콜린스(66)는 4명의 손자와 함께 리온카운티 센터빌에 있는 목장을 방문 중이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웨일런 콜린스(18)를 비롯해 16세, 11세 형제와 11세 사촌은 여름방학을 맞아 낚시와 사냥을 하며 놀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콜린스 일행과 연락이 닿지 않던 가족이 목장 이웃 주민에게 확인을 부탁했고, 결국 5명은 지난 2일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수사당국은 이들이 지난달 12일 탈옥한 곤잘로 로페즈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멕시코 마피아로 알려진 교도소 갱단 일원이었던 로페즈는 살인, 살인미수, 가중납치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종신형에 처해진 상태였다. 로페즈는 곡괭이로 피해자를 때려 숨지게 했다고 WP는 보도했다.
로페즈는 교도소 버스를 타고 다른 시설로 이동하던 중 철창 바닥을 뚫고 빠져나갔고, 운전기사를 공격해 버스를 강제로 정차시켰다. 이어 버스를 몰고 달아나려다 경찰이 타이어에 총을 쏴 차량을 멈추게 하자 인근 숲으로 사라졌다.
종적이 묘연했던 로페즈는 2일 오후 콜린스 집에 있던 픽업트럭을 타고 도주하던 중 추격하던 경찰과 총격전 끝에 사망했다. 텍사스 형사사법부 대변인은 “로페즈가 경찰관들에게 여러 발의 총격을 가했고, AR-15 소총과 권총으로 무장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AR-15 소총은 지난달 24일 21명의 희생자를 낳은 텍사스 유밸디 롭초등학교 총기 난사 때 범인이 사용했던 대량살상용 무기다.
WP는 “할아버지 콜린스와 네 명의 소년이 목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로페즈가 집 안에 있었는지, 아니면 그들이 그곳에 머물 때 침입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콜린스가 인근에서 탈옥 사건이 발생한 것은 알았지만 자신들에게 위험이 닥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는 게 지인들의 증언이다. 유족의 목사 스티브 베즈너는 언론에 “피해자들은 탈옥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비극은 탈옥 후 목장 인근 지역에 머물던 로페즈가 콜린스 일행을 살해하고 트럭을 훔쳐 타고 다시 달아나다 사살된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톰벌 지역 교육감은 성명에서 “어떤 이유로든 학생을 잃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인데, 이렇게 비극적인 방식으로 4명이나 잃은 것은 참혹한 일”이라고 애도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