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스파링'을 가장해 동급생을 마구 때려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고교생 2명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이규홍)는 이날 중상해·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폭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18)군과 B(18)군의 항소심에서 장기 4년에 단기 3년 징역형을 각각 선고했다.
A군과 B군은 2020년 11월 28일 인천시 중구 한 아파트 내 체육시설에서 '복싱교육'을 빙자해 동급생인 C(18)군을 2시간 40분가량 폭행해 중태에 빠트린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같은 해 9월과 11월 동급생인 다른 피해자들도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A군 등은 C군 여동생에게 "너희 오빠 나하고 스파링하다 맞아서 기절했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폭행 피해자인 D군은 머리를 심하게 다쳐 뇌출혈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한 달 뒤 깨어났지만,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A군과 B군에게 징역 장기 8년에 단기 4년을 각각 선고했다. 추가 기소된 2가지 사건에선 각각 장기 6개월에 단기 4개월 및 장기 10개월에 단기 6개월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3개 사건을 병합해 심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C군 상태가 호전됐고, A군 등이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을 들어 장기 4년에 단기 3년으로 형량을 줄였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A군 등과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A군 등이 소년이라는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D군 부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A군 등에 대한 엄벌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청원 글은 37만 명이 넘는 누리꾼들의 동의를 얻었다.
범행을 저지른 만 19세 미만 소년범은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단기형을 채우면 교정당국 평가를 받은 뒤 장기형이 만료되기 전에 출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