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2022 아이돌과 숙소 생활

입력
2022.06.08 10:23

아이돌 그룹들의 필수 관문처럼 여겨졌던 '숙소 생활'이 지각변동을 알리고 있다. 과거 숙소 생활을 하던 아이돌 그룹 멤버가 독립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면 불화설 등 각종 추측이 꼬리를 물던 것과 달리 이제는 방송에서도 활동 중인 아이돌 그룹 멤버의 독립기를 듣는 것이 어렵지 않은 시대가 됐다.

물론 '완전체'로서 팀에 애정을 쏟고 있는 팬들에게 멤버들의 숙소살이 청산 소식이 아쉬운 것은 여전하지만 일정 연차를 지난 아이돌 그룹의 숙소 생활 변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모양새다.

갓 데뷔한 아이돌 그룹에게 숙소 생활이 필수적으로 요구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확실하다. 다인원이 한 팀으로 활동을 하는 만큼 스케줄 소화에 있어 효율적인 동선, 데뷔 초반 일어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사고 등의 방지, 팀워크 강화 등을 위해서다. 특히 그간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멤버들이 하나의 그룹으로 함께하는 만큼 숙소 생활은 돈독한 팀워크를 위한 필수 관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숙소 생활을 통해 동고동락하며 돈독해진 멤버들의 관계성은 이들을 지지하는 팬들에게도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과거 독립 여부를 두고 다양한 추측성 이야기들이 나오곤 했던 이유도 숙소 생활이 갖는 남다른 의미에 있다.

하지만 최근 상당수의 아이돌 그룹들에겐 일정 연차가 지난 뒤 숙소를 떠나 독립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 됐다. 과연 이들이 숙소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들의 선택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아이돌 그룹의 숙소 생활, 어떻게 달라졌나

본지의 취재 결과 현재 숙소를 떠나 멤버 상당수가 독립에 나선 5년 차 이상 그룹은 상당수였다. 물론 외국인 멤버가 소속된 그룹의 경우 비슷한 연차에도 숙소 생활을 유지하고 있기도 했지만 꽤나 많은 팀들이 각자의 보금자리에서 생활하며 팀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다.

일정 연차에 접어든 아이돌 멤버들이 숙소 생활 대신 독립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가요 소속사 A 측 관계자는 "멤버들끼리 아무리 돈독한 사이라도 오랜 시간 단체생활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입을 열었다.

해당 관계자는 "데뷔 이후 일정 연차가 되면 아티스트 스스로가 (생활에 대한) 판단을 하는 편이다. 각자가 활동과 생활에 가장 적합한 방향을 택하고, 이를 통해 독립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다인원이 함께 하는 숙소의 특성상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오롯이 휴식을 갖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숙소에서 생활하는 자체가 마치 일의 연장선같은 상황이 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독립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숙소 생활에서 오는 장점도 분명하지만, 개인생활이 제한된다는 단점 역시 존재하는 만큼 최근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보완책도 존재한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일례로 브레이브걸스는 최근 하나의 건물에 4개의 숙소를 얻어 멤버 각각이 개인 생활을 할 수 있는 포괄적인 개념의 숙소 생활 중임을 알리기도 했다. 또 소속사 B 측 관계자는 "멤버들이 각자 집을 얻은 뒤 주중, 혹은 그룹 스케줄이 있는 경우에는 숙소 생활을, 이외에는 각자의 집에서 독립된 생활을 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숙소 생활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가 생긴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소속사에서도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자율성을 보다 존중하고, 멤버들 역시 자신들의 의견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흐름 속 일어난 변화라는 설명이다.

A 측 관계자는 "최근 많은 소속사들이 숙소 생활 여부는 아티스트의 선택에 맡기는 편이다. 과거에는 숙소 생활을 그만하고 싶어도 말을 하지 못하던 문화였지만 이제는 조금 더 자유롭게 각자의 의견을 밝힐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된 덕분에 숙소 생활의 자율성은 더욱 커진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관계자는 "숙소 생활을 시작하는 시기도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연습생 시절부터 숙소 생활을 필수적으로 하는 소속사들도 많았다면 요즘에는 데뷔조 확정 이후 데뷔 직전까지 최대한 각자에게 선택권을 주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의 평균 데뷔 연령이 낮아지다 보니 데뷔 당시 아직 미성숙하고, 부모님의 케어가 필요한 어린 친구들이 숙소 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럴 경우 소속사 차원에서 최대한 늦게 숙소 생활에 합류하는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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