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은 '공무원' 중심 도시다.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이 강세를 보여온 곳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한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올해로 출범 10년을 맞는 동안 시장과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의 아성이 비교적 견고하게 유지돼왔다.
하지만 올해 지방선거는 달랐다. 민주당 텃밭에서 최민호 국민의힘 후보가 3선에 도전하는 이춘희 현 시장을 누르고 값진 승리를 일궜다. 대선 직후 치러진 선거라 충청권을 휩쓴 '윤석열 바람'의 영향도 크지만, 그간 민주당에 대한 지역주민의 공고한 지지를 감안하면 예상 외의 결과다. 세종에서 가장 큰 표심을 차지하는 공무원 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2일 개표 결과에 따르면 최 당선인은 52.83%의 득표율로 이 후보(47.16%)를 여유 있게 제쳤다. 개표 한때 표 차이가 800여 표로 근접하기도 했지만 끝내 8,420표(5.67%포인트) 차이로 벌어지면서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1.2%포인트 격차에 불과해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예측된 것에 비하면 민주당이 큰 폭으로 패배한 셈이다.
보수정당 후보가 세종시장에 당선된 건 지난 10년간 사실상 처음이다. 2012년 재보궐선거에서 자유선진당(현 국민의힘) 유한식 전 시장이 초대 세종시장에 당선되긴 했지만, 당시는 세종시 출범으로 충남 연기군 군수 임기를 채우지 못하자 잔여 임기(2년)를 보장받기 위해 출마한 경우였다. 자연히 동정론과 결합한 표심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2014년 이후 8년간 민주당 소속 이춘희 시장이 세종시를 이끌어왔다.
정부세종청사 부처 한 공무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종시를 설계했고 이후 민주당이 세종시를 지금의 행정중심도시로 키웠던 만큼, ‘행정수도 완성’ 임무를 민주당 후보에게 부여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신도심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으로 돌아섰거나, 투표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이전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조심스레 분석했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 투표에 참여한 세종시 유권자는 14만9,751명(투표율 51.2%)에 그쳤다. 세종청사 공무원은 약 2만5,000명으로, 가구당 유권자를 3명으로 잡을 경우 7만5,000명에 달한다. 공무원들의 선택에 따라 당선인이 바뀔 수 있는 구도다.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던 세종 유권자들은 왜 이렇게 투표 참여에 주저했을까.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공무원들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여당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지금까지 민주당을 지지하다 보수정당 지지로 돌아서기 어려운 이들이 투표에 나서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시장의 공약 이행을 뒷받침할 국민의힘 소속 후보들도 대거 시의회에 입성했다. 20석 가운데 7석을 차지했는데, 4년 전 18석 중 비례대표 1석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시 관계자는 “과거 선거에서 읍ㆍ면 지역의 투표율이 높았고 이들 지역에서는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였지만 그 반대 성향의 신도심 표심 때문에 보수정당이 선택받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