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은 '압승', 구청장 선거는 '접전'... 기현상, 왜?

입력
2022.06.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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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1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 오세훈 당선인은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전승(全勝)했다. 지난 3ㆍ9 대선에서는 국민의힘이 14곳, 더불어민주당이 11곳을 각각 석권했는데, 불과 세 달 만에 서울 전역이 다시 빨간색으로 물든 셈이다. 특히 오 당선인은 민주당의 대표적 텃밭인 ‘노도강(노원ㆍ도봉ㆍ강북)’, ‘금관구(금천ㆍ관악ㆍ구로)’에서도 송영길 민주당 후보를 8~14%포인트 차이로 눌렀다. 오 당선인 득표율이 60%를 넘긴 곳도 용산ㆍ성동ㆍ영등포ㆍ서초ㆍ강남ㆍ송파ㆍ강동 등 7곳에 달했다. 그야말로 압승이었다.

같은 날 치러진 서울 25개 구청장 선거는 예상과 달랐다. 지방선거는 역대로 시장부터 구청장까지 같은 정당을 찍는 ‘줄투표’ 성향이 강했다. 여기에 대선주자급인 ‘오세훈 바람’ 등을 고려해 국민의힘은 내심 20곳+α를 기대해왔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압승했던 2018년 민주당이 서초구를 뺀 24곳을 차지했고, 오 당선인이 압도적 득표율로 첫 서울시장이 됐던 2006년 한나라당이 25곳을 싹쓸이한 전례도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7곳을 탈환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게다가 이 중 8곳은 여야 득표율 차가 5%포인트 이내에 불과했다.

가령 오 당선인(57.3%)이 송 후보(40.5%)를 16.8%포인트 앞선 중구 구청장 선거에서 김길성 국민의힘 후보는 0.8%포인트 차 신승했다. 오 당선인의 압도적 구(區)별 득표율이 구청장 선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진 못한 셈이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1~2곳을 빼면 국민의힘이 다 가져갈 것으로 봤는데, 예상 밖 결과에 놀랐다”고 했다.

① 민주당 현직 구청장의 ‘인물론’ 먹혔다

이처럼 시장ㆍ구청장 선거 간 동조화가 약해진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의 '현역 프리미엄'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동구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장 선거에서 성동구 유권자의 60.9%가 오 당선인을 선택했지만,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지난 8년간의 구정 업적을 내세워 57.6%의 득표율로 3선에 성공했다. 실제 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수성(守城)에 성공한 8곳 중 7곳이 현직 구청장이 출마한 곳이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현직 구청장이면 유권자들이 이름 정도 알고 있는데 이게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며 “일부 선거구는 우리 당 후보의 중량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측면도 있었다”고 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기초의회 선거와 달리 기초단체장 선거는 점차 인물 선거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며 “가령 경기도는 서울과 반대로 김은혜 후보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된 기초단체장이 적지 않다”고 했다

② ‘시장 오세훈→구청장 민주당’ 교차투표?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음에도 서울시장 출마를 강행한 송 후보에 대해 거부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민주당 지지층이 ‘시장 오세훈→구청장 민주당 후보’ 식의 교차 투표에 나섰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의 득표수 합계(203만8,101표)는 송 후보의 전체 득표수(173만3,183표)보다 30만여 표나 많았다. 가령 송 후보는 노원구에서 10만2,771표(42.3%)를 얻었지만, 오승록 노원구청장 후보는 이보다 2만6,000여 표 많은 12만9,060표(53.2%)를 받았다.

야권 관계자는 “시장선거 득표율은 중도 확장성이 있는 오 당선인의 개인기와 민주당 지지층의 ‘반(反)송영길’ 정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송영길 득표율=민주당 지지율’이라고 단순화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여권이 예상보다 고전한 구청장 선거가 실제 여론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가 확실하게 (서울) 국민의 지지를 확보한 게 아니다”라며 “잘하지 않으면 2년 후 총선에서 엄청난 대패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