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2일 6·1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투톱'으로 출범한 비대위가 석 달도 되지 않아 중도하차하면서 민주당은 또다시 혼돈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윤호중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 비대위 회의를 마친 후 "비대위 일동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기로 했다"며 "지지해주신 국민, 당원 여러분께 먼저 사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민주당의 더 큰 개혁과 과감한 혁신을 위해 회초리를 들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대통령선거 및 지방선거 평가와 정기 전당대회를 준비할 당의 새로운 지도부는 의총과 당무위원회, 중앙위원회를 통해 구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박홍근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권한대행을 맡아 당을 운영하고 새 지도부 구성을 추진한다.
선거 패배에 따른 비대위 체제 퇴진은 예고된 수순이다. 대선 때 원내대표였던 윤 위원장은 '패배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비대위원장을 맡아 논란을 초래했다. 비대위는 대선 결과에 대한 반성보다는 '0.73%포인트 차' 석패를 앞세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분위기에 휩쓸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등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였다. 이밖에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거 직전 '86용퇴론(80년대 학번·60년대생)' 등 당 쇄신을 둘러싼 투톱 간 갈등 등 자중지란도 계속됐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대선 패배 원인의 분석과 평가, 당 혁신을 충분히 해내지 못했다는 게 모든 비대위원들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지현 위원장은 선거 패인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채 퇴장했다. 그는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선에 지고도 오만했고,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변화를 거부했다"며 "우리는 완벽하게 졌다.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거듭 변화와 혁신을 명령했다"고 반성문을 썼다.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에도 당을 쇄신한다고 했는데 여건상 제대로 못했고, 대선 이후에는 지방선거 때문에 미루자고 해서 못했다"며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3일 확대 의총 격인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쇄신 방안을 논의한다.
당장 '리더십 공백'을 수습할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 데다 차기 지도부를 뽑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벌써부터 계파 갈등의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친문재인계 의원들은 대선·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들어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당선인의 전대 출마를 공개 반대하는 반면,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희생양 만들기’라며 이 당선인의 출마를 지원할 태세다. 계파 갈등과 리더십 공백을 조기 수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될 경우 전대를 앞당겨 개최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