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교육감 선거 결과 진보와 보수 성향 당선인이 9 대 8로 팽팽한 균형을 이뤘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보수 성향 후보는 경기·부산·대구·대전·경북·강원·충북·제주 등 8곳에서 당선됐고, 서울·세종·울산·광주·충남·전북·전남·인천·경남 등 9곳에선 진보 성향 후보가 승리했다. 보수 정권인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데 이어 교육감 선거에서도 진보 교육감의 독주에 제동이 걸린 만큼 앞으로 교육 정책의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수 교육감들이 깃발을 꽂은 지역들은 학생들의 기초학력 강화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 후보들은 진보 교육감이 교육 정책을 이끈 지난 8년 동안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크게 떨어져 진단평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체 학생이 아닌 일부 학생만 표집해 시험을 치르는 방식이 확대되거나 아예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전수 평가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예전처럼 한날한시에 전국 모든 학생이 시험을 치르는 '일제고사' 방식은 학생, 학부모의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개별 진단 방식 도입 등이 거론된다.
진보 교육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혁신학교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혁신학교는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높여 공교육을 정상화시키자는 취지로 2009년 김상곤 당시 경기도교육감이 도입했다. 이후 2010년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전국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보수 교육감들은 혁신학교에 들어갈 예산을 일반학교에 투입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경기도에서 13년 만에 처음 '교육정권 교체'를 이룬 임태희 신임 교육감은 "혁신교육의 목적과 취지부터 구체적 프로그램까지 원점부터 살펴보겠다"며 "좋은 부분은 확산시키겠지만 단순 사업비를 집행하기 위한 정책은 과감하게 손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사고·외고 존치 정책을 예고한 윤석열 정부와 진보 교육감의 첨예한 갈등도 불가피해 보인다.
새 정부가 자사고·외고를 유지하려면 국무회의를 열어 시행령만 고치면 된다. 사실 진보 교육감들이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서울에서 3선에 성공한 조희연 교육감은 이날 출근길에 "자사고 폐지에 대한 다수의 일반고 학부모들의 소망이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진지한 검토를 해주시길 바란다"며 자사고·외고는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가 자사고 문제를 오는 7월 출범할 국가교육위원회로 넘길 거란 예측도 나온다. 정부가 시행령 개정으로 기존 정책을 뒤엎는다는 비판을 의식해 대입제도와 교육과정, 교육재정 등을 다루는 국가교육위에 이 문제를 맡기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경우 시도교육감협의회 안에서 보수와 진보 교육감들의 주도권 다툼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교육위는 21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한 자리가 시도교육감협의회장 몫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17개 광역단체장 중 12곳을 싹쓸이한 반면 교육감 선거에선 일방적인 승자가 나오지 않은 결과를 헤아릴 필요가 있단 목소리도 나온다. 진보 교육감에 대한 압도적 지지는 거둬들이면서도 보수 교육감들의 독주 또한 허용하지 않겠다는 유권자들의 민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이번 선거에서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하지 못한 채 상대 후보의 단일화 실패라는 '어부지리'에만 기댄 진보 교육감들에게 유권자들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건 분명하다"면서도 "그렇다고 보수 맘대로 하란 것도 아니므로, 교육감들이 진영 논리에 치우치지 말고 균형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