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개표 결과를 봐야겠지만 출구조사 결과대로면 이번 교육감 선거는 '진보의 후퇴와 보수의 약진'으로 요약된다. 2014년과 2018년 각각 13명, 14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던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반면, 보수 진영은 7곳에서 후보 단일화를 이루는 등 절치부심한 끝에 여러 지역에서 '교육정권 교체'를 이끌어 낼 발판을 마련했다. 진보 진영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서울에서 조희연 현 교육감이 3선 고지를 눈앞에 뒀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서울교육감 선거 출구조사에선 진보 성향 조희연 후보가 38.6%를 얻어 보수 성향 조전혁 후보(26.3%)를 12.3%포인트 앞섰다. 같은 보수 성향인 박선영·조영달·조전혁 후보가 끝내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보수진영 표심이 갈린 탓에 조희연 후보가 반사이익을 봤다는 분석이다. 2018년 선거에서도 조 후보는 46.6%로 박선영(36.2%), 조영달(17.3%) 후보를 합친 것보다 득표율이 낮았지만 당선됐다.
이날 저녁 서울 서대문구 선거사무소 상황실로 나와 캠프 관계자들과 함께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조 후보는 출구조사에서 본인이 1위인 것으로 나오자 두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반면 보수 후보 캠프는 침통한 표정으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화 실패에 따른 책임론이 보수 진영에서 불거질 전망이다.
조 후보가 서울교육감으론 처음 3선에 성공하면 질 높은 공교육을 실현하는 현 정책을 적극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앞으로 교육의 다양성 인정, 학력 강화 등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이는 윤석열 정부와의 마찰도 불가피하다. 당장 윤 대통령이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존치 정책을 두고 정부와 서울교육청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서울에선 웃었지만 경기 지역을 보수에 내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건 진보 진영엔 뼈아프다.
경기에선 보수 성향 임태희 후보와 진보 진영의 성기선 후보가 1대1로 맞붙었는데 출구 조사 결과 임 후보가 54.3%로 성 후보(45.7%)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는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정책을 주도한 '진보교육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교육감을 지내는 등 2009년 직선제 도입 이후 13년간 내리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이다.
경기 지역에서 '교육정권 교체'를 이룰 것으로 보이는 임 후보는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지냈다. 임 후보는 현 이재정 교육감의 대표 정책인 '9시 등교제' 폐지와 혁신학교 재검토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또한 고교 평준화에도 부정적 입장이라 앞으로 경기지역 교육 정책에 적지 않는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에 보수 성향 후보들이 선전한 배경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 치러진 선거라는 '정권 교체'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진보 교육감들이 8년간 독주하며 밀어붙인 자사고·외고 폐지, 혁신학교 확대에 따른 학력 저하 논란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학부모들의 피로감이 누적된 것도 한 원인이란 해석이 나온다.
앞으로 보수와 진보의 세력 균형에 따라 교육 현장의 연쇄적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학생인권조례와 같은 대표적 진보 교육 정책들이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 보수 후보들은 학생인권조례가 이념편향적인 데다 교권을 무너뜨리는 부정적 영향이 커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코로나19 기간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크게 늘어난 데 따라 이른바 '일제고사'로 불리는 기초학력진단 전수평가가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