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프로젝트로 '회사 밖'에서 성장하라! [일잼포인트]

입력
2022.06.01 14:00
<3> 전방위 네트워커, '커뮤니티 기획자' 록담 백영선 ②


편집자주

‘일잼 포인트’는 ‘일잼 원정대’에 소개된 인터뷰이들의 ‘일하는 자아’를 분석하고, 이들만의 ‘일잘 비법’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 전방위 네트워커 '록담 백영선' 인터뷰 읽고 오기 (관련기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53112500001148

매일 아침, 지하철에 몸을 쑤셔 넣고 선 채로 잠을 청합니다. 헐레벌떡 대충 감고 나온 머리카락이 말라갈 때쯤, 사약 같은 샷 추가 커피를 목구멍에 털어 넣으며 사무실에 들어서죠. ‘점심에 뭐 먹지’ 고민하는 게 오전의 유일한 낙. 오후의 낙은 오직 ‘6시 정각’을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어랏? 이거 내 얘긴가’ 싶으셨죠. 밥벌이의 지겨움에 지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하게 반복하고 있을 법한 아침 풍경입니다.

5년 전, 백영선(46· 이하 닉네임 록담)씨의 하루도 똑같았대요. 몇 년 전, 1,000명 사원 중 딱 2명에게만 주는 우수사원상까지 탈 정도로 정력적으로 일했던 그였지만, 어느 순간부턴 영혼을 반쯤 집에 두고 넋 나간 얼굴로 회사를 오가기만 했습니다. 그의 전문 분야였던 ‘문화마케팅’ 직무가 사라진 후의 일이었죠. 한때 그는 공연예술계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잔뼈가 굵은 업계 내 실력자였어요. 가장 젊고 팔팔했던 시절을 쏟아부은 8년의 경력이 한순간에 쓸모없어지면서 ‘긴 방황’이 시작됐던 겁니다.

변화의 계기가 된 건 다름 아닌 ‘사이드 프로젝트(Side Project)’였어요. 회사 밖에서 만든 커뮤니티가 그의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줬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사이드 허슬(Side Hustle)’에서 유래한 표현인데요. 본래 실리콘밸리에서 널리 사용되던 개념이라고 해요. 본업과 별개로 하는 '일'이지만 수익을 만들 목적이라기보다는, 재미 추구와 자아 성장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점에서 ‘사이드 잡(Side job)’과 구분되죠. 사이드 프로젝트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정리됩니다.

① 본업에서 느끼는 결핍을 해소하기 위한 돌파구. 자기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성장 경험을 추구한다.

② 전직을 준비하기 위한 일종의 예행연습. 새롭게 도전하고자 하는 일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를 확인해 본다.

③ 본업을 더 잘 해내기 위한 영감과 훈련의 수단.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네트워크를 구축해 소통한다.

록담씨는 ①번의 목적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①~③의 목적을 모두 이루게 됐죠. 그에게 ‘슬기로운 딴짓 생활’,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습니다.


사이드 허슬의 원칙 ① 커뮤니티를 통해 ‘낯선 사람 효과’에 노출돼라!

‘낯선 사람 효과’라는 게 있어요. 혈연, 지연, 학연으로 ‘찐하게’ 엮여 있는 관계보다 별로 가깝지 않은 낯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의외로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이에요. 매일 보는 측근들에게서 새로운 자극을 기대하긴 어려워요. 서로의 내밀한 비밀들을 이미 속속들이 다 알고 있으니까요. 반면 낯선 사람은 존재만으로 색다른 영감, 생소한 자극이 됩니다. ‘낯선 시선’으로 보면 서로가 가진 장점을 더 잘 이끌어내 줄 수 있어요. 내 눈엔 너무 당연하기만 했던 '평범함'이 남들 눈엔 남다른 '비범함'으로 보일 수 있으니까요.


‘내 주변 다섯 명의 평균이 곧 내 평균이다!’

평소 록담씨가 교리처럼 섬기는 말입니다. 가까이에 어떤 사람을 두는지에 따라 내가 가질 수 있는 시야, 안목, 역량이 달라진다는 뜻인데요. 어떻게 보면 ‘유튜브 피드’랑 비슷한 것 같아요. 축구 영상만 보는 사람의 피드엔 축구 영상만 뜨고, 동물 영상만 보는 사람의 피드엔 동물 영상만 뜨잖아요? 내가 무엇을 보는지에 따라, 그 주변의 환경도 ‘내가 보는 것’ 위주로 세팅이 되는 거죠. 사람 역시 마찬가지라고 해요. 지금과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면, 가장 먼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부터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똑같은 물에 똑같은 사람들끼리만 모여 있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자꾸만 다른 세계관 속으로 나를 옮겨 놔야 해요. 그래야만 새로운 시야가 열리죠. ‘맹모삼천지교’처럼 내가 나의 ‘맹모’가 되어 여기저기에 나를 옮겨 놓는 거예요.”

사이드 허슬 원칙 ② 주도권을 쥐어봐야 안다, 내가 뭘 잘하는 사람인지!

록담씨는 ‘커뮤니티’라는 말이 유행하기 전부터 ‘동호회 광인’이었다고 해요. 포털 다음(Daum) 입사 초기부터 공연 전시 관람 동호회인 ‘다공동’과 인문학 공부 모임 ‘통통배’를 만들어 운영했죠. 매주 평일 저녁마다 직원들을 모아서 공연이나 전시를 보러 다녔고요. 수요일 점심에는 작가들을 연사로 초청해 짧은 ‘런치 타임 강연’을 열었어요. 철학자 강신주, 만화 '미생'의 작가 윤태호, 영화감독 김조광수 등이 다녀갔죠. 이미 10년도 더 전부터 열심히 ‘딴짓’을 해오고 있던 셈이에요. 그땐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말조차 없었지만요. 쉼 없이 판을 짜고, 사람을 모으면서 알게 됐죠. “이쪽에 꽤 소질이 있구나!" 그게 회사 밖에서 커뮤니티를 만들 ‘자신감’으로 연결되기도 했고요.



사이드 프로젝트의 장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주도권을 쥔다'는 것입니다.

기획부터 완성까지 모든 과정의 결정권이 내 손에 달려 있죠. 보통 회사에서 하는 일은 그렇지 않아요. 일의 진행과정 중 아주 일부만을 쪼개서 맡기 때문이죠. 그 조차도 상사나 리더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좀처럼 내 이름으로 성과가 쌓이지 않아요. 내가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 뭘 잘하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운 환경이죠. 모두가 함께하는 일인데, 나 혼자서 모험을 벌일 순 없으니까요.

반면 사이드 프로젝트는 ‘온전한 내 몫의 성취’라는 점에서, 나를 새롭게 발견하게 해줍니다. 블로그에 글을 연재하는 것도, 매주 뉴스레터를 만들어 발송하는 것도, 회사 밖에서 모임을 만드는 것도 다 ‘성취’예요. 끌리는 것, 좋아하는 것, 마음 가는 것들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알게 되니까요. 그렇게 회사 밖에서 또 하나의 무기가 생기는 거죠. ‘나다움’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요.

사이드 허슬 원칙 ③ 나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를 찾아 퍼스널 브랜딩하라!

회사 밖에서 작게 일구어 쌓은 성취가 다른 이들의 눈에 띌 때쯤이 되면,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로 연결될 기회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으로 연결되는 거죠. 퍼스널 브랜딩이란 자신만의 재능, 개성과 매력을 브랜드화하는 건데요. 쉽게 말해, 한 명의 개인이 ‘브랜드’가 되어 독립적인 개체로 활동할 수 있는 내력을 기르는 걸 뜻해요.

퍼스널 브랜딩을 ‘나를 보기 좋은 형태로 포장하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대요. 한마디로 그럴 듯해 보이는 이미지를 팔아 팔로우수를 늘리는 것보다, 소수더라도 ‘찐’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거죠.

그러러면 ‘나다운 것들’ 중에서도 가장 제일 가는 것을 부지런히 건져 올려야 하는데요. 록담씨에겐 여러 가지 사이드 프로젝트를 꿰뚫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었습니다. 바로 ‘커뮤니티’예요. 이 키워드로 자신을 단번에 설명할 수 있게 된 후로부턴, 그를 ‘커뮤니티 전문가’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커뮤니티 디렉터로 일해달라’는 제안도 물밀듯 들어오기 시작했고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한다는 건, 결국 나로부터 바깥 세상에 다리를 놓는 과정인 거 같아요. 처음엔 흔들다리로 시작하죠. 근데 계속 놓다 보면 돌다리가 되기도 하고 콘크리트 다리가 되기도 해요. 한 방향이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날 수도 있는 거고요. 그 다리를 타고 들어온 사람들이 기회를 물어다 줘요. 물론 내공이 없는데 좋은 기회를 잡을 순 없겠죠. 그래서 스스로 깊어져야 하는 것 같아요. 나를 자꾸 들여다보고, 내 안에 숨겨진 가능성을 자꾸 캐내야 하죠.”

▶ 프리워커 록담 백영선의 '일잼원정대' 인터뷰 읽고 오기 (관련기사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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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