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던진 ‘김포공항 이전’ 공약 수습에 쩔쩔매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개인 차원의 선거 공약”이라며 발을 뺐지만, 국민의힘이 총공세를 멈추지 않는 데다 이 위원장마저 특유의 ‘직진 본능’을 굽히지 않으면서 스텝이 완전히 꼬였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 위원장은 30일 “김포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직선거리 30㎞를 고속전철로 가면 10여 분 만에 도달하는데, 인천공항으로 김포공항을 통폐합하면 제주 관광산업이 영향을 받는다는 건 모자란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포공항을 이전할 경우 수도권 관광객이 줄어 제주 관광이 초토화된다’는 국민의힘을 비롯한 당내 일각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제주 관광 타격은) 악의적 선동이고, 수도권 서부 발전을 위해, 새 항공시대 대비를 위해 김포공항은 인천공항으로 통합 이전하는 게 맞다”면서 공약 포기 의사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위원장은 앞서 27일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수도권 서부 대개발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국내선 위주인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으로 통합하고, 해당 부지에 주택 20만 호를 건설해 제2의 강남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천문학적 예산과 윤석열 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라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누가 봐도 자신이 출마한 인천과 경기ㆍ서울 등 수도권 지역 표심을 노린 승부수로 보였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이 예상 외로 차갑자 민주당은 내분에 휩싸였다. 오영훈 민주당 제주지사 후보는 29일 기자회견에서 “오영훈의 이름을 걸고 김포공항 이전 공약 철회를 요청한다”고 발끈했다. 제주 출신인 송재호ㆍ위성곤 민주당 의원도 반대 입장을 공개 표명했다.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공약을 당내 합의나 조율 없이 제기했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 공약에 불과하다는 비판 역시 적지 않다. 여기에 강서지역 대단위 토목 개발은 외려 수도권 집중 현상을 심화시켜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민주당 정체성에도 어긋난다. 당장 국민의힘이 ‘설익은 공약’ ‘제주 관광 초토화’라고 공세를 펴는 것도 부담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나섰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중앙당 공약이 아니다”라며 “각 후보가 자기 지역 입장에서 정책제안을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민석 총괄선대본부장도 “대선 당시 논의가 됐으나 적절치 않다고 정리됐던 사안”이라고 거리를 뒀다.
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 대선후보를 지낸 이 위원장의 공약을 부정한 건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수도권 표심’을 얻으려다 “지방선거 자체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커진 것이다. 송 후보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도민과 합의 없이 추진하지 않겠다”며 한 발 물러서 자칫 이 위원장만 고립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