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담배에 매기는 세금을 물가와 연동시키는 방식으로 담배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3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에 따르면, 고숙자 보사연 연구위원은 이런 내용의 ‘담배가격 정책과 국민건강증진기금 활용 방안’ 보고서를 ‘보건복지포럼’에 실었다.
고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담뱃세에 대한 물가연동제 도입을 통해 매년 물가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인상함으로써 담배의 실질가격 하락을 방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보고서는 가장 비용효과적인 금연 수단이 가격 정책이라는 점을 꼽았다. 유럽담배규제전략(ESTC)도 물가상승률과 소득상승률을 웃도는 수준으로 담배 가격을 유지해 부담을 높이는 조세 정책을 권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정부들이 담뱃값 인상 카드를 꺼낼 때마다 ‘서민 증세’라는 역풍을 맞았다. 가격 인상이 실제 금연으로 이어지는 건 제한적이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보고서는 그럼에도 △청소년의 흡연 진입을 억제할 수 있고 △저소득층 흡연자의 흡연율 감소가 고소득층보다 크게 나타나며 △이에 따른 의료비 절감과 가용 소득 증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담뱃값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때 ‘얼마나 올릴지’를 결정하기 위해 “물가연동제 도입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담배 1갑에는 조세 4가지(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와 부담금 2가지(국민건강증진부담금, 폐기물부담금)가 부과된다. 6가지를 합치면 담배 가격의 73.7%(4,500원짜리 궐련의 경우 3,318원)가 된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는 담배 사용 감소를 위해 건강증진부담금을 인상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이 담뱃세 인상 방식으로 물가연동제를 제안한 만큼 구체적인 가격 규제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019년 기준 12조 원이 넘고, 하루 평균 159명이 흡연 때문에 사망한다. 성인 남성 흡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5번째로 높다. 그런데도 2015년 담배 가격을 올린 후 추가 가격 규제가 추진되지 않아 담배의 실질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는 흡연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고 연구위원은 “담배 가격 인상에 따라 확보되는 재원은 저소득층 건강 관리에 중점적으로 지출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