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의 경제학

입력
2022.05.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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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가장 낮다는 이번 지방선거 경쟁률(1.8대 1) 가운데 눈에 띄는 건 평균의 두 배나 높은 교육감 경쟁률(3.6대 1)이다. ‘백년지대계’를 향한 열정만 유독 높아서일까. 흔한 플래카드 하나 눈에 띄지 않고, 지역에 누가 출마했는지도 모르는 유권자가 태반인데 무슨 일일까 싶었다. 온라인에선 교육감이 쥔 막대한 돈주머니를 유력한 출마 동인으로 보는 글이 적지 않은데, 이유가 없는 게 아니다.

국회를 통과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따라 올해 17개 시도교육청에는 약 81조 원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이 자동 배정된다. 애초 65조 원이던 것이 두 차례 추경으로 16조 원이나 더 늘었다. 이번 추경에 올해 초과세수(약 53조 원)가 추가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중앙정부는 매년 내국세 수입의 20.79%를 떼어 시도교육청에 교육교부금으로 줘야 한다. 이 법이 생긴 건 학령인구(6~17세)가 무섭게 늘어나던 1972년이다. 중학교 무시험제가 실시되면서 전국에서 중학교 진학생이 급증하자 학교와 교사를 급히 늘릴 돈을 위해 국가 세금수입의 일정비율을 강제 할당한 것이다.

자식 교육이라면 집 팔기도 불사하는 우리 정서에 한동안은 거칠 게 없었다. 처음엔 11.8%였던 교부율은 2001년 13.0%, 2008년 20.0% 등으로 계속 높아졌다. 하지만 저출산으로 사정이 급변했다. 2000년 811만 명이던 초중고 재학생이 올해 532만 명으로 35%나 줄어드는 사이, 학생 수와 무관하게 교육교부금은 무려 7.2배나 불었다. 매년 세수 규모가 커진 데다 교부율도 높아져서다.

그 결과, 요즘 교육청들은 넘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고민이라고 한다. 남는 돈을 학부모에게 코로나19 지원금 명목으로 수십만 원씩 돌리고, 신입생 모두에게 태블릿PC를 주는 교육청도 있다. 이번 추경으로 더 생긴 10조 원 넘는 예산은 쓸 시간조차 빠듯하다. 지방선거 탓에 새 시도 의회 구성이 끝나는 8, 9월에나 교육청의 추경 승인이 가능해 실질적으로 10월부터 석달 남짓에 몰아서 써야 한다.

법으로 교육교부금은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육에만 쓰도록 돼 있다. 현재 초중고 학생에게는 1인당 1,528만 원의 예산이 넘치는데,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은 요지부동이다. 같은 교육의 영역이지만 정부의 외면 속에 대학의 재정난은 날로 심해진다. 기술발전으로 뒤처지는 성인의 직업교육에 쓸 돈도 늘 모자란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자는 목소리는 진작부터 있어왔지만, “교육 투자를 줄이면 안 된다”는 교육계의 반대로 좀체 진전이 없다. 선출 권력인 교육감은 그 선봉에 서 있다. 정부가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처음으로 “교육교부금 개편 검토” 방침을 밝히자 재정당국 고위층에 교육감들의 압력성 문자메시지가 쇄도했다고 한다. “높으신 교육감들은 교육부도 거치지 않더라”고 한 관료는 전했다.

마침 새 정부의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교육교부금 개선 필요성을 밝혔다. 선택지는 이미 많이 제시돼 있다. 기계적인 법정 교부율을 낮추든, 평생교육 등으로 사용처를 다변화하든, 아예 교육감 선출제를 손보든 시급한 변화가 절실하다. 진정 나라의 미래를 위한다면 새로 뽑힌 교육감들의 대승적인 결단을 기대해 본다.

김용식 경제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