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약도 줄줄이 미계약...고분양가에 금리인상 '악재' 겹친 부동산 시장

입력
2022.05.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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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포레나미아 청약 당첨자 32% 계약 포기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부담 커져
4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 지난해 대비 반토막

'청약 불패'로 불리던 서울에서도 무순위 청약이 잇따르는 등 부동산시장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에 금리인상까지 겹쳐 당분간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는 청약 당첨자의 32%가 계약을 포기해 다음 달 2일 무순위 청약이 진행된다. 물량은 59㎡A 11가구, 80㎡A 46가구, 84㎡A 36가구, 84㎡B 21가구 등 총 139가구다. 앞서 미아동 '북서울자이폴라리스',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도 당첨 포기 등 미계약 물량이 나와 무순위 청약을 했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계약 포기가 속출하는 것은 일부 지역의 경우 고분양가 논란이 있는 데다 대출 규제 강화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강북구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타 지역에 비해 분양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화포레나미아 전용 84㎡ 분양가는 10억8,921만~11억4,524만 원인데 인근 미아동 '두산위브 트레지움'은 같은 면적으로 10억 원 이하 매물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을 총대출액 1억 원 초과 차주로 확대할 방침이다. 앞으로 은행에서 1억 원 넘게 대출을 받으려면 1년간 내는 이자, 원금 상환액이 연봉의 40%를 넘으면 안된다. 현재 분양가 9억 원 초과 주택은 중도금 대출이 제한되는데, DSR 규제까지 강화되면 수요자들의 자금 확보는 더욱 어려워진다.

정부는 이날 청년층의 DSR 산정 시 미래 소득을 반영할 수 있도록 3분기 중 가이드라인을 개선하고, 청년·신혼부부에 대해서는 최대 50년의 초장기 모기지 도입 등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문제는 금리인상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연 1.75%로 높여 주택담보대출 금리 또한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금리인상으로 변동금리부 차주의 이자 부담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라며 "특히 몇 년간 높은 집값 상승에 젊은 층의 영끌 수요가 있었던 수도권에서 대출자들이 느끼는 단기 이자 상승 체감도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래는 갈수록 침체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부동산거래현황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5월 매매는 884건으로 지난해 4,901건에 비해 81%가량 줄었다. 4월(1,729건) 거래량도 지난해 동기(3,655건)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청약 경쟁률도 덩달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9억 원 초과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9.4대 1로 집계됐다. 지난해 평균치(64.7대 1)보다 크게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부동산시장에서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출을 활용해 주택을 매수하려는 수요자들이 관망으로 돌아서며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거래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