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도 대신 버려준다고?" 구독 서비스의 진화는 어디까지

입력
2022.05.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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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배송시스템 등의 발전으로
지역·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세분화
럭셔리 차량·여행 서비스도 등장

구독 서비스가 현대인의 삶 구석구석으로 스며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함께 정보통신기술(ICT) 고도화로 '구독경제'가 일상의 전반을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맞춤 영양제도 매달 배달해드립니다

2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지역 생활편의 플랫폼 미고는 최근 생활 쓰레기 통합처리 서비스 '한방에 버리GO'를 출시했다. 고객이 일반쓰레기와 재활용쓰레기, 음식물쓰레기 등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모든 쓰레기를 문 앞에 모아두면 매니저가 분리수거부터 배출까지 모두 해결해주는 서비스다. 한 달(8회 기준) 이용료는 4만4,000원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배달과 재활용, 구매대행, 택배 찾기 등을 대행하는 미고는 이번에 쓰레기 처리까지 서비스 영역을 넓혔다. 미고 운영사인 라이프매니지먼트 관계자는 "필요할 때마다 매번 신청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정기 결제 한 번으로 편리하게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건강관리를 위해 매달 영양제를 집 앞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스타트업 케이위드가 제공하는 정기구독 서비스 '필리'는 이용자의 생활습관이나 건강 상태에 따른 맞춤 영양제를 배달한다. 미소, 청소연구소 등 홈서비스 플랫폼의 청소, 런드리고의 세탁 구독 서비스도 자취나 맞벌이를 하는 20, 30대에게 각광받고 있다.

자판기부터 집까지 구독 서비스로 해결?

구독경제가 일상에 녹아든 지는 꽤 오래됐지만 최근 대두된 구독경제는 삶의 전반을 지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우유와 신문 등이 '구독경제 1.0'이었다면 2010년대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 음원 스트리밍 등 IT서비스는 '구독경제 2.0'이다. 현재는 기술의 고도화와 배송시스템 혁신 등으로 거주지역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서비스가 세분화되는 '구독경제 3.0'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자판기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에는 '자판기 구독'까지 생겼다. 자판기업체 어큐어는 매일 자판기에서 1개의 음료를 무료로 먹을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재택근무 확산에 따라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주거 구독도 인기다. 일본의 주거공유 플랫폼 어드레스(aDDress)는 '집'을 구독 서비스로 제공하는데, 매월 일정 금액(약 40만 원)을 지불하면 지역 테마에 맞춰 리모델링한 시내 외곽의 빈 집을 단기간 임대한다. 2019년 30명을 모집하는 1기 사업에 1,100명이 참여해 3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의 건강을 책임지는 전용 간식 구독서비스도 등장했다. 위드펫바이오는 자사 연구진이 직접 개발한 반려동물 전용 간 케어 간식을 집 앞까지 배송해준다.

고소득자를 위한 '럭셔리' 구독 서비스도 늘어나는 추세다. 독일의 완성차업체 포르쉐는 2017년부터 월 220만 원 정도를 내면 박스터와 카이엔 등 스포츠카를 골라 탈 수 있는 '포르쉐 패스포트’라는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여행서비스 기업 인스피라토는 매달 2,500달러(약 300만 원)를 내면 전 세계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을 연간 25회 숙박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2020년 6,500억 달러(약 824조 원) 규모였던 세계 구독경제 시장이 2025년 1조5,000억 달러(1,900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 또한 2016년 25조9,000억 원에서 지난해 40조1,000억 원으로 55% 성장했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도 눈덩이처럼 커지는 구독경제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뮤직과 애플TV 등 이미 구독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하드웨어 대여까지 영역을 넓히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도 지난해 자사의 자율주행 기술을 구독형 모델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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