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항구 봉쇄로 우크라이나 수출 물량 절반에 가까운 곡물이 해외로 나가지 못하고 창고에 묶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불 붙인 식량난으로 세계적인 식량난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27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인도네시아의 한 외교 싱크탱크 온라인포럼 연설에서, 러시아가 흑해와 아조우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주요 수출로를 봉쇄하면서 자국 곡물 수출량이 절반 가까이 묶였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곡물 2,200만톤이 저장고에 있다”며 “곡물이 필요한 국제시장에 제때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식량안보에 잠재적인 ‘재앙’이 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엔이 올해 5,000만 명이 추가로 기근을 겪을 것으로 전망한 것은 보수적인 추정치”라고 강조하며 더 많은 사람이 기근에 처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근은 혼자 오지 않으며, 언제나 상황을 악화시키고 삶을 황폐하게 하면서 평범한 사람들을 불안정한 환경으로 몰고 가는 정치적 혼란과 동반한다”면서 “많은 나라에서 작년 수확한 곡물 재고가 소진되는 7월에 재앙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방국들은 러시아가 식량과 에너지를 무기화함으로써 세계적인 식료품, 에너지 가격 상승을 일으켰다고 비판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 전 세계인을 상대로 식량 공급을 인질로 잡은 상태”라고 비판하면서 흑해 봉쇄를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도 26일 “푸틴은 근본적으로 전 세계 최빈곤층의 기아와 식량 부족을 무기화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곡물 봉쇄를 풀라고 촉구했다.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 곡물 반출을 위해 곡물 수송 선박을 호위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군사적 개입에는 주저하고 있다. 독일은 철도를 통해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우회로를 만드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초청을 받아들였다고도 밝혔다. 그는 개최국들에 러시아를 배제하고 우호국만 참석시켜 달라고 촉구했다고 CNN은 전했다. 앞서 올해 G20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했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초청했다고 밝혔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직접 회의에 참석할지 화상으로 참여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또 미국 등 서방국들이 그의 참석에 반대하고 있어 실제로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정상이 한 공간에서 만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