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과 매수심리 위축 등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수도권 미분양 주택이 빠르게 쌓이고 있다. ‘청약 불패’ 지역으로 여겨졌던 서울은 주인을 찾지 못한 집이 한 달 만에 두 배 늘었고, 경기도는 두 달째 2,000가구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약 열기가 한풀 꺾이면서 분양가와 입지 여건에 따른 ‘옥석 가리기’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미분양 주택은 360가구로 집계됐다. 3월 180가구보다 정확히 두 배 늘었다. 서울에서 미분양 물량이 300가구 이상 발생한 건 2019년 3월(770가구) 이후 처음이다.
면적별로는 △전용 40~60㎡ 이하 149가구 △40㎡ 이하 132가구 △60~85㎡ 79가구다. 특히 3월까지 2가구에 그쳤던 중소형 평형(60~85㎡) 미분양 물량이 지난달 77가구나 증가했다. 이는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에서 대규모 미계약이 발생한 영향이다. 해당 단지는 216가구 중 195가구가 미분양됐다. 소규모 단지에 고분양가 논란이 겹쳐 수요자에게 외면을 당했다는 게 분양업계의 분석이다.
경기도 역시 미분양 물량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경기부동산포털 통계를 보면 경기도 미분양 주택은 지난 1월만 해도 855가구에 그쳤지만 2월(1,862가구)부터 급증했다. 3월과 4월은 각각 2,209가구, 2,146가구로 집계됐다. 경기도에서 2,000가구를 넘긴 건 2020년 11월(2,440가구)이 마지막이다.
면적별 미분양 물량은 40~60㎡ 이하가 1,189가구로 가장 많았고, 대형 평형(85㎡ 초과) 물량도 205가구나 됐다. 지역별로는 안성시가 1,045가구로 최다를 찍었으며 △평택시(328가구) △용인시(222가구) △화성시(206가구) △고양시(113가구) 순이었다.
미분양 주택은 이달에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의 5월 아파트 분양전망에서 미분양 물량이 전달 대비 8.8%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도권 아파트분양전망지수는 이달 102.9로 4월(113.0)보다 10.1포인트 떨어졌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대출금리 급등에 따른 비용 부담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에 분양 경기가 다소 위축될 것이라는 주택사업자의 인식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도 분양가, 입지 여건 등에 따라 청약 시장의 양극화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연구원은 “최근 아파트 시장 침체로 수요자의 옥석 가리기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분양가가 높거나 면적이 작은 소규모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은 지금 같은 시장 분위기에서 선호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